2005-11-11     보은신문
허공에 불을 켜 단다
전류가 흐르는 나무, 수십 촉 전구
가을볕에 빛을 보탠다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소멸의 빛
수런대던 떫은 날들을 우려낸다

주인도 없는 빈집에 낮 밤 없이
수 백 개의 알전구 켜져 있다
귀향인의 걸음 낯설지 않게
그때의 얼굴을 하고
담 장 밖을 내다본다

순이네는 돌아올까

감나무 밑에 가면 기우는 시간의 소리 들린다
기다리다 쓰러질 빛
빈집을 지킨다

순이네는 돌아올까

/유영삼(시인, 보은읍 교사리)
(제 57회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당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