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투명할 때 갈등도 치유
신설농협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2005-10-14 김인호
주민투표 찬반 결과 얻을 손해득실을 따져봤을 때 지역농협의 장래를 위해서도 조합원의 판단은 일단 현명했다고 본다.
투표 부결은 자금지원 회수, 신규자금지원 중단, 경영기획서 제출, 구조조정 등 향후 불이익이 예상되었다. 결과는 예상할 수 있는 우려를 털었다. 단 조합의 규모화로 조합이 관료화 할 수 있다거나 책임회피 등 이에 따른 단점도 예상된다.
다수의 농협 식자들은 이번 가결로 인해 얻은 득을 실보다 우위로 보고 있다. 조합원은 결국 합병을 택해 실리를 추구했다.
남은 과제는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는 운영이다. 이번 합병안은 조합장 1인, 상임이사 1인을 전제로 깔고 있다. 따라서 조합장 2인의 축소와 상임이사제도에 따라 임원제가 도입되면서 전무가 상무급으로 하향 되는 등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합병반대 이론은 여기에 초점이 모아졌다. 반대이론 타켓은 결국 조합장 자리와 상임이사였다.
조합장과 임원은 각 조합의 대의원들이 뽑을 설립위원들이 선출한다. 현 조합장과 전무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설정이라 가정해도 너무 집착할 것이 없어 보인다. 3천 조합원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정도를 걸을 현명한 설립위원들의 신중한 판단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설립위원은 이외에도 통합의 전반적인 밑그림를 전담한다. 각 조합 15인, 즉 45인의 설립위원이 왜 중요한가 거론할 필요 없이 주변을 둘러보면 답이 나와 있다.
조합원 사이에 주사무소의 소재지, 현 조합장들의 출마설, 상임이사제 도입 배경 등은 앞으로 계속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들은 전체 조합원 3000명의 이익을 우선 고려할 때 지엽적인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올바른 합병으로의 길을 가야한다는 명분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조합장과 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이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듯이 조합원의 권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리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신설조합과 관련한 논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편협된 논리로 전체 대세를 거스린다면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는다.
가령 ‘주사무소가 삼승으로 잡혀 있으니 조합장은 무조건 우리 편에 속해야 한다’는 등의 지역 이기주의 논리가 앞선다면 통합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성과물로 나타난다. 이 결과는 전체조합원과 조합에게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일의 전후 처리에서 우선순위는 숲과 나무 사이에서 멀리 떨어져서 숲을 우선보자고 하면 무리한 주장일까. 이 때문에 졸필임에도 불구, 억지논리를 펴본다.
얼마 전 김안제 서울대 명예교수가 보은군 자치대학 특강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도자의 수준은 절대 지역주민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농협 통합이 지역의 축제로 이어지고 주민 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3천 조합원의 주권을 대표할 실세 설립위원들의 선택이 소중하다. 이들의 어깨에 긴 여정을 달려온 신설조합과 조합원의 앞날이 달려있다. 선출과정이 누구나 수긍되고 떳떳할 때만이 지역간, 조합원간 갈등도 치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