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10만원권을 필요로하는가?

고액권 발행은 불법과 비리의 확대 재생산만 조장한다.

2005-10-08     서장원
누가 10만원권이 필요한가...?

한국은행에서는 곧 10만원권 화폐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다.(2005.8.31. 동아일보 B1면)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10만원권 발행은 절대로 안된다.
한국은행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통용되는 지폐의 액면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불편하고 발행비용과 유통비용이 크기 때문에 고액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수치(73년 대비 국민총소득이 35배 증가, 전체 산업 월 임금 87배 증가, 소비자물가 12배 이상 상승 등)를 제시하는데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일 뿐이다.

10만원권 발행을 반대하는 몇가지 이유를 제시하겠다.
우선 우리네의 일상 경제생활에서 지불수단으로서 현금을 얼마나 사용하는가. 근래 정부의 적극적인 신용카드 정책으로 몇천원 단위까지 카드를 사용하거나 계좌이체를 통해 결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은 비상금으로 몇만원 정도만 소지해도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다.
기업의 지불수단도 당연히 기업카드 아니면 계좌이체로 이루어진다.
현재 몇천만원 또는 몇억원의 물품 또는 용역의 대가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는가. 직장인들의 급여가 대부분 통장으로 지급되고 있는지가 10년도 넘었다.


단언코 탈세나 불법거래가 아니고는 현금 거래를 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왜 굳이 10만원권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결론적으로 국민경제 규모가 아무리 수십 배 커졌다고 해도, 개인이든 기업이든 단돈 만원짜리 거래를 해도 현금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

다만 아직도 카드결재가 되지 않는 영세업소가 상당수 있지만 그것은 좀 더 적극적인 카드 가맹을 권장해서 거래와 세무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순리요 정도다. 그리고 이들 영세업소가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10원권 지폐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그리도 끈질기게 불거져 나오는 불법 정치자금의 악몽, 수백억원의 현금이 수백 개의 사과상자에 담겨 차떼기로 오고가는데 그 부피가 1/10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흔히 복마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모한 기관들을 비롯해서 전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막힌 뇌물 행태와 10만원권 현찰을 연상해 보라. 이 뇌물의 먹이 사슬은 공직만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협력업체들)과의 사이에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뇌물을 즐기는 요직에 있는 이들은 10만원권 현찰이 나온다는 뉴스에 회심의 미소를 흘릴지도 모른다.

또 하나 중요한 반대 이유는 소비자들의 인프레 심리 자극이다.
액면단위 변경보다는 심리적 영향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고액권 유통으로 화폐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불가피 할 것이다.

한국은행 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경제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1만원권 지폐를 쓴다고 해서, 뭐가 불편하다는 건지?
누가 불편하다는 건지?
왜 어떤 경우에 현찰을 몇천만원, 몇억원씩 은행에서 인출해야만 하는지?
불법정치자금이거나 뇌물용이거나 불법거래가 아니라면 결코 필요 없지 않은가?
아마도 근래 빈발하고 있는 금융기관 직원들의 공금횡령사고를 보건데 고액권 발행은 이들을 더욱 유혹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켐페인를 전개해서라도 이미 상당히 진행시키고 있는 10만원권 지폐 발행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서장원(59세, 前농협청주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