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유족 외속황곡 배용환옹

‘증조부 생각하며 달렸다’

2005-09-09     송진선
동학농민혁명으로 인해 고조부와 증조부까지 잃은 외속리면 황곡리 배용환(70)은 보은 동학 마라톤대회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했다.

5㎞ 코스 등번호 5023번으로 출전한 배용환옹은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
매일 마을 주변을 1시간 가량 걸으며 건강을 다져와 속도의 늦춤 없이 한결같이 달렸다.

배옹의 완주를 행사장에서 기다린 부인은 남편이 결승선을 끊자 땀을 닦아주고 물을 따라주는 등 자상한 부부애를 보여줬다.

배옹이 달리기에 재능이 있는 것은 선천적이다. 그의 아버지도 역전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고 충북도대표로 활동했고 배옹도 보은농고 재학시 수한면까지 달리는 등 선천적으로 달리기에 대해 자질을 갖고 있는 집안이라고 말했다.

생활체육협의회에서 주관한 외속리면 건강 걷고 달리기 대회에도 출전해 5㎞를 완주했다.
배옹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이 정부에 대한 쿠데타 세력으로 평가절하 되고 입밖에도 꺼내지 못했던 금기가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에 가슴 후련하게 생각한다.

여기에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제정됐는가 하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자녀 및 손자녀 등에 대한 보상이 실시되는 것으로 발전된 것은 바람직하게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배옹의 증조 할아버지는 북실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고 고조 할아버지는 아들이 혁명에 연루됐다며 고문을 당해 후유증으로 2년간 고생하다 결국 사망하는 원통한 가족사를 갖고 있다.

전사한 증조 할아버지는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밤나무로 위패를 만들어 증조 할머니 묘에 함께 안장해 17일 제사를 모시고 있다.

당시 배옹의 집안은 동학 봉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방토호들로부터 멸시와 학대 등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으며 재산도 강제로 빼앗겼고 그 후손들은 숨어 살아야했을 정도로 난군(亂軍)의 후예라는 멍에 아닌 멍에를 쓰고 살아야 했던 이같은 슬픈 가족사는 배옹의 할아버지가 배옹의 아버지에게 전하고 또 배옹의 아버지는 배옹에게 전해져 그의 가족사는 역사 속으로 묻히지 많고 후대에게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배용환 옹은 그러면서 동학농민 참여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참여자와 유족의 신청을 받고 있는 신청자격을 참여자와 자녀 또는 손자녀로 국한하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이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