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끌고 갈 것인가
어수용(탄부 사직, 청주지법 영동 지원장)
2000-02-26 보은신문
그런데 과연 몇몇 단체와 그 소속원들의 역량만으로, 그 순수성만으로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 계층과 세대의 공감을 얻고, 그 중심 세력의 동참을 이끌어 낼 때 비로소 사회변혁운동이 그 추진력이 생겨 진정한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누가 사회변혁의 중심에 서야 하는가. 이는 개혁의 주체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를 짚어 보는 것으로부터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현대는 직업이 분화되어 사람들의 활동영역이 광범위하고 다원화된 사회다. 각 영역에 있어서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고 사고방식과 개성이 각기 다르다. 이러한 시대에 획일주의와 흑백논리로 무장하여 대결과 편가르기를 일삼는 사람들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남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념과 노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열린 생각을 할 수 있는 세대가 개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또한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새로운 경제마인드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들만이 사회개혁을 외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요즈음 신세대는 개성을 강조하고 개인주의가 지나친 나머지 자신의 문제 아닌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그러한 무관심은 사회 전체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그러한 성향이 심화되면 사회의 분열을 촉진할지도 모른다.
개혁의 주체에서 최소한의 공동체의식과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성적이고 준법정신이 철저한 사람만이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아니하고 감정에 따르거나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사람은 개혁이 아닌 혁명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시대에는 경험한 사회여건에 따라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판이한 여러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체의 허리역할을 하는 젊은 세대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소양을 골고루 함양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 왔다.
그들은 근대화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내고, 민주화운동이 격렬하게 일었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국제화, 정보화시대에 여러 분야에서 핵심적인 일꾼으로 성장한 세대다. 또한 그들은 다른 세대를 포용하고 세대간의 극심한 의식의 차이에 가교역할을 하며, 변화에 완급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중간자적인 입장에 있다. 이제 우리 젊은 세대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감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주관을 가지고 변화와 개혁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 시대를 이끌 주인공은 바로 우리 젊은이들이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