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보은 교육을 이야기하자

2005-07-08     보은신문
농사는 1년을 보고 짓고, 나무는 10년을 보고 심고, 교육은 100년 앞을 보고 행한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은 장기간에 걸친 미래 지향적 사업이며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중요한 교육이 요즘 다시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학교에서 수여하는 명예박사학위를 받기위해 그 곳에 갔다가 학생들에 의하여 입장을 제지당한 사건이 있었다. 세인의 관심을 더욱 많이 끌었던 것은 그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에 고려대학교 보직 교수들이 보인 행동이었다.

점잖은 교수님들이 “황공 무지로소이다” 하면서 보직을 사퇴하는 진풍경을 보였던 것이다.

다행이 이 파문은 커다란 불상사 없이 가라앉았지만 이 번 일은 많은 뜻있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금권과 숭고한 학문에 대하여,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기성세대의 현실 타협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8학년도 서울대학교 입시안을 놓고 정부와 서울대학교 간에 일전을 불사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통합형 논술을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와,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간섭이라며 학생 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하라는 서울대학교 양측이 모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이에 대해 국민 각자는 자신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 이제 이런 현실을 보면서 전국에서 가장 재정 자립도가 낮은 가난한 보은군에서, 아울러 교육부에서 실시한 전국 학력 평가에서 아주 낮은 성취도를 보여주는 학생들을 키우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교육이 본래의 목표인 개인의 건강한 자아실현과 윤택한 공동체적 삶의 구현에 기여하는 것 보다 신분 상승의 도구로 전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에서 우리 보은인들이 제외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교육도 투자에 비례한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 아이들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면서 가난하고 농촌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수수방관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교육의 본질적 역할을 되살리려는 노력 못지않게 시대적 흐름에서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절실한 지금이다.

마침 정부에서는 농어촌 1군 1개 우수고 육성이라는 구호아래 2009년까지 88곳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농어촌 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이미 7곳이 선정되었고 2006년 21곳, 2007∼2009년 3년 동안 매년 20곳을 추가 선정해 3년에 걸쳐 지원해주며 첫해는 학교당 16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태권도 공원 유치에서 탈락하고 공기업 유치도 물 건너가는 것 같은 작금에 보은군에서 가장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지방 자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방치하지 말고 모쪼록 빠른 시일 내에 군내 교육 관련 단체를 총망라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해 줄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 사업은 도교육청에서 공모를 받아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심사해서 학교를 선정하는 것이니 만큼 군내에 있는 고등학교가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 이를테면 학교 간 통합에 관한 논의도 공개적으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교육은 국가 百年之大計이며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은혜를 갚는 것을 가장 소중한 삶의 덕목으로 삼는 이 곳에서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들이 보은인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이 번 기회를 그르친다면 정말로 백년을 후회하는 일이 될 것이다.

최 규 인(삼년산향토사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