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양봉협회 유인화 회장
올해도 꿀생산량이 예년의 50% 정도밖에 안돼요
2005-06-10 송진선
이는 아카시 나무가 늦서리 피해를 입은데다 일찍 핀 꽃마저 잦은 비로 인해 빨리 시들어 꿀을 거의 채취하지 못했다는 것.
올해도 아카시 꽃은 피었으나 달콤한 향기 대신 무취의 아카시 꽃으로 벌들을 유혹하지 못했다. 양봉으로는 최고의 꿀로 치는 아카시 꿀 수확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변해준다.
아카시 꿀은 아카시 꽃향기가 좋듯이 꿀의 향기가 좋고 꿀 색깔도 맑아 꿀 생산농가들이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꿀인데 아카시 꿀 흉년으로 올해도 양봉농가들은 별 재미가 없다.
양봉 농가들은 아카시를 대신할 꿀을 채취하기 위해 잡화에 매달리는데 잡화도 별로 없는 상태다.
양봉협회 보은군회장인 유인화(48, 보은 장신)씨도 꿀을 따기 위해 전국을 누비다 요즘 보은에서 막바지 꿀 채취를 하고 있다.
벌 2통으로 양봉 시작
오이농사를 지었던 유인화씨가 양봉을 시작한 것은 28살 때이다. 벌 2통을 구입해 키웠는데 경험이 없는 유인화씨는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다 죽이고 말았다.
유회장은 다시 30통을 구입했고 비로소 벌을 치는 사람들을 흉내냈다. 전국은 아니고 군내 꽃이 좋은 곳을 찾아가 벌을 쳤다.
그렇게 꿀을 따는 재미를 본 유인화씨는 계속 벌통을 늘렸고 농사 대신 본격적으로 양봉에 전업하며 벌을 치는 구역도 전국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벌통도 계상으로 200개에 달한다. 작년과 올해만 빼고는 연간 1억5000만원 이상의 조수입을 올리는 부농이 됐다.
2월이면 아직 꽃이 피려고 하지도 않는 시기이지만 유회장은 2월5일, 늦어도 10이면 아래 녘 진도나 여수로 내려간다.
9월말까지 월동먹이를 주면 이듬해 봄까지 휴면에 들어가는데 2월경 벌을 깨워 산란도 하게 하고 새끼도 키우게 하고 무엇보다 월동을 한 벌들이 빨리 크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봄을 맞은 후 다시 보은으로 이동한다. 보은의 산 벚꽃이 다른 지역의 산 벚꽃보다 좋아 벌의 새끼 번식이 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벌의 수를 늘리면 본격적으로 꿀을 따는 일을 시킨다.
아카시 꽃으로 유명한 칠곡, 왜관으로 내려가 양봉 꿀 중 가장 품질이 좋고 가격도 비싼 아카시 꽃 꿀을 따는데 집중한다. 이곳에서 일을 마치면 김천이나 상주로 올라와 그 곳의 아카시 꽃 꿀을 채취한 후 보은의 아카시 꽃 꿀을 따고 강원도 양구로 벌통을 이동시켜 그 곳에서 1주일 가량 머물며 아카시 꽃 꿀을 딴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해처럼 꿀 수확량이 신통치 않다.
전국을 다니며 아카시 꽃 꿀을 채취했지만 칠곡, 왜관 쪽만 향기가 좋았을 뿐 상주, 보은, 양구 등지에서는 꽃 향가기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무취의 꽃이 돼 벌들을 유인하지 못했다.
이로인해 지난해에도 아카시 꽃의 흉년으로 예년의 50드럼의 꿀을 채취하던 것을 9말을 채취하는데 그쳤던 유인화 회장은 올해도 아카시 꽃의 흉년으로 예년의 50% 정도 밖에 수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벌꿀 수확량을 생각만큼 하지 못한 유회장은 잡화 꿀이라도 따기 위해 청양의 칠갑산까지 갔지만 신통치 않아 그냥 돌아왔다.
유회장 부부와 인부 3명 합해서 5명이 한 조
벌꿀을 치는 사람들은 이른 봄, 아니 늦은 겨울부터 가을까지 꽃을 찾아다니며 전국을 누빈다.
꽃이 좋은 곳만 잘 물색해 벌통만 옮겨다 놓으면 일은 벌들이 하니까 벌을 치는 사람은 유유자적해 보인다.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그것만 빼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사계절 변화를 눈으로 보며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고 가고 싶은 곳으로 차 머리만 돌리면 되니까 말이다. 직장에 얽매이다 겨우 시간을 내 여행을 하거나 아니면 고작 주변의 가까운 곳으로 밖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현실에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정말 꿈같은 전국일주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같은 생각은 큰 오산이다. 유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벌통을 옮기기 위해서는 1톤 트럭은 4대, 5톤 트럭으로도 2대 분이다.
유회장은 용달을 이용해 벌통을 옮기고 유회장 부부와 인부 3명, 5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데 올해 같은 경우 진도→보은→왜관→상주→보은→양구→청양→보은으로 오기까지 8번을 움직이는데 보은에서 양구를 가는데 5, 6시간 동안 차를 타고 움직이는데 피곤하기만 하다는 것.
또 현장에 도착하면 벌통을 원하는 곳에 차려놓고 꿀 채취하는 기계를 설치하고 또 생활할 텐트를 치는데 전혀 여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너무 힘이 든다고 유회장 아내 전영옥씨는 말한다.
노동강도가 세지는 않지만 한창 아카시 꿀을 딸 때는 잠자는 시간이 겨우 5시간 정도 될까말까할 정도로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어느 것이나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로얄젤리는 여왕벌이 먹는 왕유
꿀을 오래두면 밑에 가라앉은 하얀 결정체를 볼 수 있는데 일반인들이 설탕을 탄 꿀이라고 오해를 하지만 포도당이 많은 꿀이 하얀 결정체가 생기기 때문에 사실은 이 꿀이 더 좋은 것이라고 한다.
당분은 포도당과 과당이 있지만 포도당 꿀은 먹으면 소화액이 필요없이 금방 몸에 흡수가 되지만 설탕을 섞은 과당 꿀은 금방 흡수를 하지 못하고 소화액으로 숙성시켜야 흡수된다.
그래도 벌꿀이 설탕을 먹으면 발효 과정을 거쳐 숙성이 되기 때문에 흡수는 잘된다며 꿀은 스태미나 식품으로 피로회복이 빨라 꽃의 꿀물이 아닌 설탕을 먹은 꿀도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벌꿀의 영양덩어리인 로얄젤리는 어떨까.
로얄젤리(royal jelly)는 꿀벌의 입에서 토해 낸 유상물질(乳狀物質)로 왕유(王乳)라고도 한다. 꿀벌 중 일벌이 유충을 기르는 시기에만 타선(唾腺)이 포육선(哺育腺)으로 발달하여 분비되는데 일벌의 유충에게 4일간만 먹이고 주로 여왕벌을 기르기 위하여 저장된다.
이것을 먹은 여왕벌은 약 120만 개의 알을 낳고 일벌의 약 20배나 장수한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불로장수, 정력의 묘약으로 알려져 있다.
버터 상태의 액체로 특이한 향기가 있으며, 단백질이 20∼30 %, 탄수화물 15 %, 지방 10∼15 %, 수분 50∼60 %를 함유하고, 그밖에도 여러 종류의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여왕벌의 유충을 기르는 왕대(王臺) 1개에 0.1∼0.5g의 로얄젤리가 저장되어 있다. 강장·강정·영양제로, 피로 ·권태 ·쇠약 ·빈혈 ·체질개선 ·갱년기 장애 ·성기능·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에 애용된다.
로얄젤리는 생산량이 적어 가격도 비싸다. 일반 꿀 1되 값과 로얄제리 50g가격이 맞먹는다.
유회장은 지난해 50g으로 1200병을 채취했는데 올해도 일반 꿀 수확이 기대에 못미처 로얄젤리 생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생각보다 생산비도 의외로 커
논을 갈고 모를 심고 비료를 치고 논둑을 깎고 벼를 베고 하는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고 양봉은 자연적으로 피어나는 꽃에서 그것도 사람이 아닌 벌들이 부지런히 꿀을 따는 직업이다.
벌들이 열심히 일한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니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수경비가 만만치 않다는데 놀란다. 유회장 같은 경우 벌통 200상자를 관리하고 꿀을 따는데 필요한 인력으로 일당 노동자 3명을 구해 인건비만 2500만원, 벌통 이동에만 용달비로 700만원이상 소요되고, 꽃이 피기 전 벌을 생명력 유지에 필요한 설탕 등 제당비가 2000만원이상, 기름 값까지 연간 6000만원에 가까운 생산비가 들어간다.
지난해 같은 경우 적어도 이같은 필수경비만이라도 벌어야 했는데 겨우 꿀 9말을 채취하는데 그쳤으니 적자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해 적자본 것까지 올해 만회를 하려고 야심에 차게 계획했지만 올해 꿀 농사도 기대했던 만큼 좋지 않다.
그래도 유회장과 부인 전영옥씨는 슬하의 1남1녀의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었던 벌꿀을 막바지 채취하며 또다시 내년을 기약한다.
전국을 다니며 꿀을 따지만 보은 꿀 하면 알아주는데 그 이유가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 차가 큰 것이 농업군민 보은군에는 큰 축복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산골에 들어가 있는 유인화 부부를 만나고 나오며 드는 생각이었다.
<세상사는 사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