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
작은 실천을 통해 애국의 첫발을 내딛자
2005-06-03 보은신문
그래서 6월을 일컬어 ‘신록의 계절’이라 한다. 찬란한 태양빛 아래에서 녹음이 한층 드리워지고 있는 6월의 산과 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6월의 의미는 ‘그저 아름답다거나 화려하다’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6월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과 위훈을 기리는 범국가적 추모의 달이다.
정부에서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여 가장 엄숙하고 경건한 달로 여기고 있다.
1년 중 어느 달 어느 날이라고 국권회복과 국가수호를 위해 몸 바치신 분들을 추모하고 애국애족정신을 기리는데 있어 더하고 덜함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특별히 6월을「호국·보훈의 달」로 정한 것은 국가차원의 제례일이라 할 ‘현충일’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통한의 ‘6·25’가 6월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현충일은 1956년 4월 정부에서 그해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한 것을 그 시초로 하여 1975년에 이르러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되었다.
현충(顯忠)이란 문자 그대로 충절을 드러내어 기린다는 뜻이다. 따라서,현충일이란 누란에 처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그 충절을 추모하기 위한 날이라 하겠다.
현충일을 6월 6일로 정한 데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제사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1년 24절기 중 청명과 한식에는 사초(莎草)와 성묘(省墓)를 하고 망종에는 제사를 지내 왔는데, 1956년 현충일 제정 당시 망종일이 바로 6월 6일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전쟁과 관련하여 현충일을 지정해놓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현충일(Memorial Day)을 선포한 국가로서 남북전쟁과 관련이 있고, 영국의 포피데이(Poppy Day)와 호주의 안작데이(Anzac Day)는은 제1차 세계대전과 관련이 있다.
골육상쟁의 비극인 6·25는 1945년 광복 후 좌·우익의 극심한 대립 등 사회혼란을 틈타 구 소련(러시아)의 스탈린과 구 중공(중국)의 모택동의 지원을 받은 북한 공산당 김일성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3시 동해안 정동진리를 시발로 하여 불법적으로 기습 남침한 전쟁이었다.
6·25 한국전쟁에 대해 공산세력의 세계 적화 의도를 저지한 세계자유수호 전쟁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대표하는 전쟁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국토를 폐허로 만들면서 40여 만 명의 군인과 90여 만 명의 민간인의 희생을 낳은 우리 역사상 가장 불행하고 비통한 사건으로 불릴 만큼 참혹한 내전이었다.
3년 넘게 지속된 동란은 55년이 지난 오늘날 까지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한 채 아물 수 없는 민족의 상처를 남기고 있다.
세계인류역사에 있어 수많은 국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국가의 멸망으로 그 나라의 ‘국민·영토·주권’의 의미는 자연스레 없어지게 된다.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하기까지 1,800여 년간 세계 각지를 떠돌며 박해를 받았었고, 우리도 지난 세기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국권을 빼앗겼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한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사회풍조 속에서 국가를 위해 자신을 양보하고 희생하기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목숨과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누릴 수 있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애국심에 대해 새롭게 정의내린 학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제50회 현충일이고 55주년을 맞는 6·25한국전쟁 발발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에서는「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추모의 기간(6. 1.∼ ~6. 10.), 감사의 기간(6. 11.∼ ~6. 20.), 화합과 단결의 기간(6. 21.∼ ~6. 30.) 등 3단계로 나누어 국가보훈처가 주관이 되어 현충일 추념식을 비롯한 각종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국민들에게 국란(國亂)의 교훈을 상기시키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게 된다.
애국심의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정성들여 조기(弔旗)를 다는 일, 현충일 묵념에 동참하면서 선열들의 은혜에 감사하고 명복을 비는 일, 현충일 하루라도 음주와 유흥을 삼가며 경건하게 보내는 일 등’도 애국의 길로 향하는 첫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전쟁의 상처로 병상에서 외롭게 투병하고 있는 전상군경과 꽃다운 나이에 남편과 자식을 조국에 바치고 홀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전쟁 미망인과 어린 나이에 조실부모하여 외롭게 성장한 전몰군경 유자녀등 우리의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하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많이 계시다.
이러한 분들이 내 주위에 있는 지 살펴보고 감사의 말 한마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모쪼록 국가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이번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작은 실천을 통해 애국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우석 청주 보훈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