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정신보건실 마음의 쉼터를 가다

정신을 다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

2005-04-15     송진선
스트레스, 환경오염, 심한 경쟁력 등 주변의 여건에 의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가 심하거나 가볍거나 또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자살을 하거나 자녀를 살해하는 등의 정신적 착란까지 일으키는 우울증 환자도 늘고 있어 현대인들의 정신적 장애가 심각해지고 있어 보건소 정신 보건실은 올해부터 우울증 진단평가를 해주는 등 정신보건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보건소 정신 보건실이 문을 연 것은 2001년이다.

2000년 정신 보건실의 문을 열기 전 대상자를 찾기 위해 읍·면과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 등을 통해 일제 조사한 결과 해당자가 65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로 인해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드러내놓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문불출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아무리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것이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처음 15명으로 출발했다.

연령은 20대, 30대가 주를 이뤘고 40대, 68세의 고령자도 있다.

처음에는 매주 2일씩 대상자들을 보건소로 불러 만성 정신질환자의 등록 및 관리, 정신 보건 교육 등 정신 질환자 관리를 시작했다.

정신과가 없는 보은군에 거주하는 정신 장애자들은 검진을 위해 일부러 청주나 대전까지 가야하고 장애자 혼자 가지 못하고 꼭 동행을 해야 할 정도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보건소 정신 보건실이 문을 연 이후 정신과 의사들이 보건소를 방문해 이들을 검진하게 되니까 이것만으로도 가족들이 매우 흡족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2002년부터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고 재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실시돼 종이접기도 하고 연극도 하게 되자 처음에는 시간개념도 없이 끝나갈 즈음에 오는가 하면 아예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던 대상자들이 보건소 정신 보건실 오는 날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또 도자기도 직접 만들어 굽기도 하고 칼라공예 작품도 만들고 요가프로그램도 추가시키고 요리에 에어로빅, 사물놀이, 서예과정까지 재활프로그램을 크게 확대시켰다.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원봉사자 11명과 보건소 해당부서 직원과 이들로부터 학습을 받는 대상자들은 정말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됐다.

나이가 40이 넘은 남자 정신질환자가 프로그램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하면서 기분을 풀어주고 삐뚤 삐뚤하게 하는 가위질에도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자원봉사자와 보건소 직원은 이들에게는 정말 든든한 버팀목이다.

시내버스조차 탈줄 몰라 가족 중 한 명이 꼭 보건소까지 데려다 주면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보건소에서 데려다 주는 등 상당기간 이런 반복과정을 계속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고 판단한 보건소와 가족들은 이들에게 하나의 모험을 걸었다.

그것은 바로 혼자 찾아가는 방법을 익히도록 독립성을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몇 시 차 시내버스로 보냈다는 연락을 하면 보건소에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가 대상자를 인계받아 보건소까지 데려와 재활프로그램에 참여시킨 후 다시 보건소 관계자가 시내버스를 태워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 집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했다.

역시 그러기를 상당기간 하자 시내버스 쯤은 혼자 타고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능력이 길러져 이제는 대상자 모두가 혼자 보건소를 찾아오고 혼자 집을 찾아간다.

이것만으로도 일취월장한 발전을 보여준 것이다.

또 오후 2시에 프로그램을 시작해도 아침부터 오고 11시에 시작해도 아침 9시 전부터 와서 기다릴 정도로 이들은 지금 보건소 정신보건실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즐거워하고 있다.

1년 과정을 마치고 그동안 이들이 학습 과정에 참여해 얻은 각종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도 하고 가족 등 남들 앞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가족들에게 웃음으로 답례할 줄도 안다.

재활학습을 받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기쁨은 이들보다 더욱 크다.

2002년도와 2004년도에는 충북 정신 장애인 재활공연 대회에서 연극공연과 작품전시회에 보은군 정신보건실 소속 대상자들이 대상과 우수상을 차지할 정도로 보은군 보건소 정신보건실의 운영 실적이 뛰어나다.

지역내 정신보건 관련 자원이 전무한 지역에서 이같은 재활프로그램 운영이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어버이날에도 쓸쓸하게 노인 요양시설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달아줄 카네이션 만들기에 한창이다.

초등학생들도 부모께 달아줄 꽃 두 개를 만드는데 하루면 족할 텐데 이들은 꽃 하나를 만드는데도 1주일 이상이 걸려 5월8일 달아줄 카네이션 만들기는 13일부터 시작했다.

카네이션 달아주기 사업은 벌서 3년째이다.

또 올해 청주에서 개최되는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장을 빛낼 성화가 보은군에 도착하는 5월9일 뱃들공원에서 에어로빅 공연도 갖는다.

요즘은 에어로빅 동작을 배우느라 정신 보건실을 쿵쿵거리면서 열중하고 있다.

땀도 흘리고 잘되지 않는 동작을 따라하느라 몸이 당기기도 하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보건소 정신보건실은 정신장애자들의 재활을 돕는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같은 건강증진 사업으로 보건소는 지난해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전국 최우수 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장애를 겪지만 스스로 치유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관심사를 만들어주고 서로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사회성을 길러주는 마음의 쉼터로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