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도시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주요 잣대

지역경관을 만들어내야 한다-간판문화 등 도시 색채 정비

2005-03-25     송진선
간판은 그 점포를 알리는 얼굴이고 간판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튀어보이게 제작하고 크기로 안되면 글씨로도 튀게 해서 남들 눈에 잘 띄게 제작하려는 마음이 점포주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이다.

이같은 마음으로 인해 상가 건물은 점포의 유리창은 물론 건물 외벽, 측면까지 옥외 광고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다.

업종을 변경하면 또 그에 맞게 광고물을 설치하기 때문에 외벽은 비어있는 경우가 없다.

건물마다 이같이 나름대로 광고물을 디자인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조화를 이뤄 건물마다 특성을 나타내기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키게 된다.

보은군의 대표적인 상업지역인 충암로, 동헌로 등 할 것 없이 거의 빈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통 요란한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어떤 점포는 전면 가로간판에다 측면으로 돌출 간판을 단 것도 모자라 유리창에다 큼지막한 글씨로 상호를 더 적어놓기가 일쑤다. 창문마다 상호가 새겨져 있고 간판은 낡은데다 상호 등이 새겨진 하얀색의 바탕은 누렇게 변색되기도 하고 글씨도 조잡하다.

이는 상가가 밀집된 지역이나 변두리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외곽에 들어서 있는 숙박시설의 간판 또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간판들을 보면 간판공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간판이 많고 크다고 해서 광고효과가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거리에 나서면 눈을 뜨고있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간판이지만 어디를 가나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모양에 어지러운 색깔과 들쭉날쭉한 크기, 짙은 고딕체 일색의 간판이 난립하다 보니 사실 눈에쏙 들어오지는 않는다.

보은시내야 규모가 적고 또 점포수가 많지 않고 토박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굳이 간판을 보고 찾지 않아도 어디에는 어떤 점포가, 어디에는 누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는지 머리속에 그려져 있다.

결국 더 크고 더 많이 달기 간판 과열 경쟁이 점포주의 의도대로 홍보효과를 높이기는커녕 시각 공해로 도시경관을 망치는 주범이 된다.

상가 또한 특색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네모 반듯한 건물 모양에 외벽은 붉은 색 타일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이보리색 타일을 붙인다.

창문도 하나같이 네모 반듯하다. 위쪽을 둥글게 처리한 아치형을 한다든가, 요즘 아파트 베란다처럼 반원형을 앞으로 돌출시키는 등 건물의 미적 부분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타지역의 간판문화

옥외광고물은 도시나 거리의 느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곧 간판문화가 한 도시와 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의 공통점은 그 도시 자체가 하나의 차별화된 문화상품, 관광상품이라는 점이다. 서울 건국대 앞 노유거리는 좋은 간판 하나가 열 광고 부럽지 않다는 말을 입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기존 의류 점포의 간판을 과감하게 줄이고 바꿔 아름다운 패션가로 거듭난 노유거리는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유명하다.

광진구 자양 골목시장도 간판을 바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강원도는 아름다운 간판만들기를 역점시책으로 두고 동해안의 대표적인 횟집촌 등을 간판 예술 명물 거리로 조성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 안양, 고양, 안성시의 대표적인 중심거리를 간판이 아름다운 도시로 지정, 새로운 표준모델로 바꾸는 사업을 벌이는 등 전국적으로 간판에 대한 정비가 한창이다.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만안구 안양1동 중앙로 주변을 광고물관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표시제한에 따른 특정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특히 무질서하게 난립된 광고물을 정비해 건물이 주는 미적 감각을 살려 깨끗한 경관을 창출하기 위해 기존 단순히 불법간판을 철거해오던 차원이 아닌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실효를 거두고 있다.

해당 지역은 △업소당 광고물 수량은 2개만 설치할 수 있으며 △옥상간판?창문이용 세로형 간판 표시 금지 △건물 정면의 가로형 간판은 2층 이하로 제한하며 건물 1층에는 판류 또는 입체형, 2층에는 입체형으로 표시를 제한 △돌출 광고물의 경우 1, 2층에 위치한 업소는 설치가 불가하며 3층이상의 업소와 지하층 업소만 표시가 가능하며 상호명은 가로쓰기 등의 규정을 만들었다.

경기도는 특히 정비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시범 사업 구간내 간판과 함께 보도블럭, 공중전화 부스 등 스트리트퍼니처의 병행도입으로 구간별 디자인 컨셉을 통한 아름다운 길, 걷고싶은 거리, 살아나는 상권의 길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간판 표준모델 디자인에 따라 체계적이고 전면적인 교체, 정비로 쾌적한 가로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이같이 경기도가 추진하는 것은 간판은 도시의 건축물과 함께 도시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그 사회의 문화 척도로서도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올해 경기 방문의 해를 맞아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시범사업을 확대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옥외광고도 전략이 필요

우리지역의 사인문화가 후진적인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선각자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 조성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옥외광고의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낙후된 광고물의 발생은 행정상의 문제점이 더 크다. 도시환경 개선에 대한 행정의 무관심과 인식이 부족하다.

옥외광고 책임부서의 강화와 함께 광고물 제작시 그 시작에서 설치까지 체계적인 관리로 도시환경에 적용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의 강화가 필요하다.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옥외광고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전문광고업체와 행정당국, 광고주가 삼위일체가 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아름다운 간판 공모전 등과 같은 옥외 광고물 대전을 기획하면 좋은 디자인이 나올 것이며 대전을 통해 나온 좋은 디자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옥외 광고물 표시기준을 만들어 신축건물부터라도 이 지침을 적용시키면 옥외 광고물의 가이드라인이 돼 경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도시 얼굴인 간판문화 개선 시급

우리지역은 입만 열면 관광고장이요, 문화의 고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간판문화에 대한 인식은 한창 떨어진다.

영세한 간판 제작시장에 무조건 튀어야 된다는 업주의 경쟁심리가 강렬한 색에 강렬한 서체, 크기만 큰 세련되지 못한 간판이 넘쳐나는 상황을 만드는데 이것이 보은 간판문화의 현주소이다.

간판 정비는 점포 주의 자발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호응이 없이는 한계가 있다.
쾌적하고 격조높은 거리미관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상인들간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런 노력 없이는 거리 이미지 개선과 지역상권 활성화는 요원하다.

제 아무리 규정이 좋다하더라도 점포주가 이를 따라주지 않을 때 간판 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여전히 후진적이고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간판세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치단체의 지원도 필요하다.

아름답고 정돈된 도시경관을 만들기 위해 자치단체에서 규정을 만들고 규정대로 간판을 개선하는 업소에 대한 보조 등을 시행해 업소에서 호응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보은군에서 시범적으로 아름다운 간판문화의 거리를 할 수 있는 곳은 화랑시장 채소골목으로 골목 지붕에 아케이드를 설치한 보은 재래시장이 될 수 있다.

현재는 업소 문에 무슨 상회라는 식으로 글씨를 새겨넣고 있는데 업소마다 같은 크기로 돌출 간판을 설치해 깨끗하게 정비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간판문화를 선보일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효과가 커 다른 업소에서도 참여동기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곳을 찾는다면 보은읍 삼산리 시외버스 터미널 앞 먹자골목도 이같은 간판정비로 새로운 거리문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곳을 우선 시범적으로 지정해 운영하면서 점차 전 지역으로 확대해 거리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