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들의 특별한 대보름맞이

한살림 회원 한중리에서 농촌의 훈훈한 정 안고 가

2005-02-25     송진선
도시민들은 대보름을 어떻게 맞을까.

여느 때처럼 흰 쌀 밥을 먹거나 아니면, 2∼3가지의 잡곡을 섞어 지은 잡곡밥으로 오곡밥을 대신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활활 타며 액운도 함께 태우는 달집 태우는 장면을 볼 것이다.

우리의 세시풍속은 그렇게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고 조상들이 행했던 사라진 문화쯤으로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한살림 소비자회원 18가정은 지난 19일 마로면 한중리 백록동을 찾아 온몸으로 대보름의 문화를 느끼고 또 겨울 풍경을 가슴에 담아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마로면 한중리 백록동을 찾은 한살림 서울 30대 젊은 회원들은 고향을 찾은 것 같은 포근함에 젖었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시골정취를 만끽하면서 안전하고 소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민들에게 고마움도 표하고 신뢰를 쌓는 시간을 보냈다.

백록동 공동체 생산자 회원들이 만들어 놓은 묵 나물무침과 찰밥 등 참살이(웰빙) 메뉴를 뚝딱 먹어 치운 후 몸풀기로 시작한 첫 행사는 가족 대항 윷놀이였다. 한 쪽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하나가 돼서 떡국에 넣을 만두도 빚었다.

그 다음은 가래 떡썰기. 떡집이나 슈퍼마켓에서 썰어놓은 가래떡을 사다가 떡국을 끓여먹었던 젊은 엄마들은 어슷썰기로 떡을 썰었지만 두께가 엉망인 제멋대로 썰어진 떡국 떡이 되었다.

마당에서는 어린이, 어머니, 아버지 대항 제기차기도 열렸다. 어린이들은 제기에서 제때 손을 떼지 못해 발이 먼저 올라가는 등 웃음이 연신 나오는 장면이 연출됐다.

윷놀이, 제기차기 상품으로 무, 늙은 호박, 들기름, 호박고지, 팥, 찹쌀 등이 상품으로 제공되고 상을 타지 못한 가족들에게도 골고루 상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참가 가족 모두에게는 조선간장 한 병씩 선물로 제공, 생산자와 소비자간 끈끈한 정을 이어갔다.

즐겁게 놀이를 한 소비자들은 고구마와 감자도 구워먹으며 까맣게 변해버린 입 주변을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막장대소를 하는 등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장작을 지핀 무쇠 솥에 들기름을 둘러 솥은 달군 후 물을 붓고 끓이다 조선간장을 넣어 국물 맛을 낸 후 떡을 넣고 미리 쪄놓은 만두를 넣어 맛있는 떡국을 끓였다.

“사골로 국물을 낸 것도 아닌데도 떡국이 이렇게 맛있느냐”며 도시민들은 떡국 한 그릇씩을 뚝딱 비운 도시민들은 그것도 모자라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었다.

동그란 불 그림자가 생기는 쥐불놀이에 훨훨 타는 달집을 사이에 두고 돌며 도시민과 백록동 주민들이 함께 부른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액맥이 타령이 봄으로 가는 밤하늘로 메아리 쳤다.

돌아갈 때는 조롱바가지, 마늘, 콩, 수수 등 공동체 농민들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구입하고 덤으로 농촌이 주는 여유와 인정, 넉넉한 농민들의 미소까지 듬뿍 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