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보은농협 여직원 손호섭씨(보은지점)

기지로 사기범 검거 수훈, 조합원 재산 보호

2004-12-11     곽주희
농협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기지를 발휘, 농촌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피해를 막고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화제의 주인공은 보은농협 보은지점(지점장 정창원) 예금계원 손호섭(28, 여)씨. 손씨는 지난 8일 오전 10시께 평소 안면이 있는 김모(86, 보은읍 강신리) 할아버지로부터 “서울 사는 아들에게 11시 이전에 400만원을 보내 달라”는 송금의뢰를 받고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 언론보도 등을 통해 농촌노인 상대 사기 사례를 접해온데다 빨리 돈을 보내라고 서두르는 김 할아버지의 행동이 미심쩍었던 손씨는 할아버지의 성화를 뒤로한 채 백방으로 아들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어렵게 전화로 연결된 아들에게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말을 들은 손씨는 즉시 과장과 지점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고 사기사건임을 직감한 정 지점장은 즉시 보은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 할아버지 집에 걸려 오는 전화 발신지를 추적해 이날 오후 2시10분경 청주시 사직동 서청주전화국 앞 공중전화 부스에서 송금을 재촉하는 사기범 이모(50, 남, 사기등 전과 18범)씨를 검거했다.

손씨는 “할머니와 두 분이 살면서 매달 아들로부터 생활비와 용돈 등을 송금받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뭉칫돈을 가져와 아들에게 서둘러 보내라는 게 이상해 아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며 “금융기관 직원으로서 고객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저희 농협에서는 매월 둘째주 수요일 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금융사고 미연방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부부가 보은농협에 근무하는 부부직원으로 남편은 외속지점에 근무하는 김진문(과장대리)씨이다.

범인을 검거한 보은경찰서 오경수 형사계장은 “농촌지역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 행위가 잇따라 군내 농협과 우체국 등 지역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고액을 인출하거나 보내려는 노인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협조를 부탁했다” 며 “이를 숙지한 직원의 기지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범인 이씨는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일 외에도 3차례나 더 같은 방법으로 농촌노인들의 돈을 사취하려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