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인물 탐방

충암 김정(金淨)선생(6)

2004-11-20     보은신문
4.충암시의 위상
■ 제총석정(題叢石亭)에서 시대를 암울하게 인식하고 하루 빨리 좋은 세상이 오기를 희구하였다.

운멸추청담벽층(雲滅秋晴淡碧層) : 구름없이 개인 가을하늘 맑고 푸르게 높고
청진기망대양승(淸晨起望大陽昇) : 맑은 새벽 일어나 일출을 바라보네
광함해우초탄토(光涵海宇初呑吐) : 빛이 천하를 적시며 오를 듯 말 듯 하더니
채사천구홀용등(彩射天衢忽湧騰) : 광채를 하늘로 쏘며 갑자기 솟아오르네
유굴노룡경화염(幽窟老龍驚火焰) : 어두운 굴의 늙은 용 불꽃에 놀라고
심림음귀실의빙(深林陰鬼失依憑) : 깊은 숲의 음귀는 갈곳을 잃었구나
인환혼흑종금곽(人?昏黑從今廓) : 인간세상의 어두운 빛 이제부터 밝아지리니
욕향엄자위계승(欲向엄자爲繫繩) : 엄자산을 향하려하면 줄로 묶어 놓으리
-제총석정 넷째 수-

이 시는 31세 가을에 금강산 총석정에 올라 해돋이의 경관을 보고 자신이 바라는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해돋이의 밝음을 통해 모든 어둠, 악, 귀신, 등을 몰아내어 밝은 세상의 도래를 희구하고 있다.

그리고 악과 어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태양이 서쪽으로 지지 않고 항상 떠있게 하고자 하였다. 여기에서 태양은 광명정신(光明情神)을 향한 시대정신(時代精神)의 은유이며, 어둠과 귀신은 임금을 둘러싼 훈구세력으로 은유되어 있다. 광명세계(光明世界)는 그의 도학적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것으로서 경세적 도학시(經世的 道學詩)의 면모를 잘 반영 하고 있다.

경세사상(經世思想)은 혼란한 시대를 극복하고 평천하(平天下)의 목적에 도달하고자하는 것으로서 성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정치사상이다. <제총석정>시는 본래 총 6수이었으나 두수가 없어지고 앞의 4수만 남은 것이라고 한다 . 없어진 5,6수는 사림의 등장, 광명의 세계, 시대정신을 과격하게 표현한 내용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기묘년에 없어졌기 때문에 그 내용을 확실하게 고증할 수 없어 그의 의식의 최고경지를 관조(觀照)할 수 없음은 실로 애석하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 자연(自然)과의 친화(親和)
충암은 금강상류의 청주남쪽에 있는 창구에서 복거(卜居)하였는데 창구북쪽에는 용 바위가 있었고 그 사이로 강물이 쏟아져 내려 물과 바위가 절경이었다. 또 21세에는 구병산 남쪽에 삼파연류봉에 고봉정사를 짓고, 강학한 적이 있다. 고봉은 여러 물줄기가 모이는 곳이었다.

그는 고봉(孤峰)을 자신의 호로 삼을 만큼 자연천석을 좋아하였으며, 복잡한 정치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노닐기를 좋아한 사람이었다.

■ 농중압(籠中鴨): 새장속의 오리
주인은애종비천(主人恩愛終非淺) : 주인의 사랑이 끝내 얕지도 않은데
야성유래부자제(野性由來不自除) : 타고난 야성은 스스로 없애지 못하는 법
상월수성운외려(霜月數聲雲外侶) : 서리 내린 달밤 구름 저편에서 소리 내는 짝을
농중불각의표여(籠中不覺意飄如) : 조롱에서 깨닫지 못하고 떠돌기를 생각 하네

이 시에서 충암은 날지 못하는 조롱속의 오리로 형상화 되어있다. 여기서의 주인은 임금이며, 조롱 속은 조정을 암시하고 있다. 그는 임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었지만, 타고난 야성을 버리지는 못하였다.

오리는 조롱 속에 갖혀 있기 때문에 구름 저 너머로 나는 기러기의 높은 뜻을 깨닫지 못한다. 오리가 예전에는 하늘 높이 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땅위의 생활에 길들여져 기러기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지는 못한다.

이것은 그가 조정생활에 익숙해져 초야 때의 생활을 잊고 사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는 정계를 떠나기를 바랐다. 하늘 높이 날 것을 깨닫지도 못하는 오리지만 조롱 속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를 희구하였다.

임금의 지극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 탓으로 떠돌기를 좋아 하며, 천성적으로 얽매이기를 싫어하였다.

4) 사친(思親)과 향수(鄕愁)

충암은 누각과 정자를 매개로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곤 하였다. 높은 누각이나 정자에서 멀리 바라보면 아득하게 보이는 저 하늘 밑이 자신이 살던 고향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향수를 누각이나 정자에 기탁하였다.

■ 차무옥연자운(次茂沃然字韻) 에서 그의 향수는 사친(思親)으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독립한수배암연(獨立閑愁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