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짱한 길 두고 가파른 계곡 질주 쾌감 즐겨
오프로드 마니아 보은 지프클럽
2004-10-16 송진선
왜냐하면 멀쩡한 길을 놔두고 울퉁불퉁한 길을 찾아 들로, 가파른 계곡으로 종횡무진 질주한다.
조금은 거칠게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오프로드, 4WD, 랠리, 락크롤링, 트라이얼 등이 이젠 우리들에게도 낯설지가 않다.
2003년 오프로드 대회가 보청천 둔치에서 열려 난생 처음 보은사람들은 이상한 묘기를 부리는 차들을 보고 하나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위 언덕을 차가 타고 올라가질 않나, 일부러 물구덩이를 만들어 빠지지를 않나, 차가 뒤짚어지질 않나 일반인들이 보기엔 참 이해못할 일이었지만 몇 년째 계속되는 대회로 인해 주민들도 볼수록 오프로드의 매력에 빠져든다.
오프로드 질주를 즐기는 사람들. 보은 지프클럽(Boeun Jeep Club)은 지난 10일 보청천을 중심으로 4륜구동 자동차들이 묘기를 부리는 4WD 챌린지대회에 출전했다.
전체 회원 10명 중 5명이 트라이얼 부문에 출전했는데 기록은 나름대로 만족하지만 입상은 하지 못했다.
올해 여름 외속리면 서원리 개인 경기장에서 가진 대회를 비롯해 이번 대회까지 겨우 2번 출전 경력이 고작인 보은 지프클럽은 다음 대회 때에는 기록 단축은 물론 입상도 바라보겠다는 야심이다.
튜닝에 200∼300만원 소요
보은에 지프클럽(회장 현홍모)이 생긴 것은 지난해 9월이다. 클럽이 생기기 전에는 5명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며 오프로드를 즐겼다. 그러다 7명이 뜻을 같이하고 뭉치자고 시작해 지금은 10명으로 늘어났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차량에 흠뻑 빠지는 것은 보통 일반 차량은 가지 못하는 길을 간다는 쾌감을 느끼면서 부터다.
이 동호회 최덕룡 총무는 기름 값이 계속 올라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경유차량에 눈을 돌렸고 그래서 4륜구동차량을 구입했는데 이용할수록 비포장길을 달리는 스릴 만점에 빠지게 됐다.
현재 보은 지프클럽 동호인들은 중고 차량을 구입해 튜닝을 해서 이용하고 있다.
보통 바퀴 사이즈 15인치보다 큰 33인치∼35인치로 바꾸고 쇼바 바디업을 시키고 기업 비도 교체시키고 전후락(대우에 달아 강제로 돌리는 장치)을 장착하는 등 튜닝하는데 초기 투자비용만 200∼300만원이 소요된다.
일반 승용차량은 평탄한 길만 달리는데 4륜구동 차량은 비포장에 험한 길도 갈 수 있고 여기에 튜닝을 마치면 차 바퀴보다 더 큰 바위도 탈 수 있다.
차에 대해 많이 알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원들은 대부분 자가 정비가 가능할 정도의 정비능력을 갖고 있어 웬만한 고장 등은 회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정도다.
아예 동호회에는 차량 정비에 들어갈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어 오프로드를 떠날때마 대회 출전 때는 덩치 큰 공구함도 함께 출장을 가게된다.
저녁 8시경 ‘번개쳐’
한 달에 한번씩 하는 월례회 말고도 이들은 여름에는 저녁 8시경, 겨울에는 주말 오후 3∼4시경 이들만의 은어인 번개를(약속하지 않고 갑자기 가자 해서 떠나는 것) 종종 친다.
아직 전반적으로 오프로더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주로 저녁 시간을 이용해 번개를 친다.
코스는 2, 3명이 사전 로드를 답사한 후 회원들이 로드를 타는데 부득이 혼자 답사할 경우 오프에서는 차를 놓고 걸어서 답사를 한다.
만약 혼자 오프로드를 탔다가 차량이 뒤집어질 수도 있고 또 차량을 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걸어서 답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오프를 타는 곳은 지역에서는 보은읍, 내속리면 등에 있지만 주로 경기도 오산을 찾는다.
이곳은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바위도 날카롭지 않고 세미에서 하드코스까지 한 구간에 다 갖추고 있어 동호인들에게는 환상적이라는 것.
바위부터 자갈까지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만 아귀를 맞춘 채 도열한 곳에서 몸풀기를 끝낸 차량들은 본격적인 난코스로 진입해 들어간다.
운전자들은 차체가 출렁거리면서 바위를 타고 오를 때의 질감을 온 몸으로 느낀다.
회원들은 바위를 움켜잡고 오르는 것을 일반인들은 위험하다고 느끼겠지만 저속주행이라 위험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3·5 폭설 차량구조 진가 발휘
보은 지프클럽의 차량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지난 3월5일 폭설 대란 때이다.
보은읍을 비롯해 군내 전 지역에서 눈길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렉카 차량도 인양하지 못하는 차량 수 십대를 구조했고 경찰순찰차량도 구조했을 정도다.
수한면 거현리에서는 무너진 축사를 철거하는데 철골 자재를 절단하지 않고 현홍모 회장이 자신의 4륜구동 차량에 윈치를 걸어 철골 자재를 무사히 빼내 복구공사에 원형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그런가하면 대천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일반 순정 차량이 모래밭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것을 보은 지프클럽 차량이 빼주기도 해 고마운 인사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회원들은 “외국의 경우 튜닝문화가 발전됐고 공식 경기장도 갖추고 있을 정도인데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인식이 정립돼 있지 않아 동호인들은 튜닝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불법 개조로 본다며 이제는 하나의 레저 스포츠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 오프로드에 나섰을 때 진흙 언덕길을 빠져 1시간을 헤매도 누구도 대신 해주겠다며 나서지 않는다. 몇 시간이 걸려도 차 밖에서 탈출요령을 알려줄 분 절대로 핸들을 잡아주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한다.
주변에선 무슨 해괴한 짓이냐며 이상하게 보기도 하지만 회장 현홍모(37, 성광전기)씨 외에 최덕용(29, 선진 텔레콤), 백승관(29, 부룡건설), 이광혁(36, 광신상사), 조경환(34, 천일 전업사), 배 훈(33, 한국 레미콘), 김영우(29, 소형굴삭기 협회), 이준미(29, 보은 자동차병원), 석지호(21, 김천순대), 박선우(25, 동양토건) 돈을 쏟아부은 애마를 끌고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찾아나선다.
▲ 지난10일 보청천 둔치에서 열린 4륜구동 챌린지 대회에 출전한 보은 지프클럽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