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떠넘기기에 주민은 허탈
2004-09-04 송진선
“아니다 너의 부서에서 하는 것이 맞다.”
문구 하나를 가지고도 서로 내 업무다, 아니다하며 서로 업무 떠넘기기를 한 지 한달 가까이 된다.
군수가 인사를 단행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아직도 업무문제로 부서간 서로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으니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같은 선에서 출발한 다른 자치단체는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데 보은군은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다.
만약 비교적 쉬운 업무였다면 서로 내 업무가 아니라고 떠넘겼을까? 아마도 떠넘기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업무의 비중이 크고 중요업무이고 머리를 쓰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핵심업무이기 때문에 서로 맡지 않으려고 떠넘기기를 하는 것일 것이다.
이같은 얘기를 듣는 군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과연 어떨까. 허탈 그 자체다.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군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업무배정으로도 줄다리기를 하는데 이들이 보은군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 기획을 할 것이며 보은군 발전을 위해 얼마나 고민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보은군이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 시간 되면 퇴근하고 또 시간 지나면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일반 기업에서 이런 행태를 보였다면 그 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좌천되거나 대기발령으로 짐을 싸서 문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새삼 정년을 보장받는 철밥통 공무원이 좋은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악착같이 경쟁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더 편하게 지낼까를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공무원들을 믿고 이 보은 땅에 살아야 하는 것인가.
보은 땅에 적을 두고 태어난 것을 원망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지역 다 놔두고 하필 보은군에 터를 잡고 산 조상을 탓해야 하는가.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자꾸 인근 지역과 비교하게 되고 상대적인 패배의식을 갖게된다.
전체 공무원을 싸잡아 비난한다고 기분 상해하고 억울해 하는 공무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 비판의 쟁점에서 정말 자유로울 공무원이 얼마나 될까.
공무원 조직에서도 일을 너무 안하려고 하고 일하기 편한 부서로의 이동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들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 백명의 자리를 바꾸는 인사로 조직의 일대 혁신을 기대했지만 편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공직 저변에 깔려있어 인사성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처음 공직에 발을 들여놓아 일하는 방법이나 일하는 모습 등 모든 것을 선배들에게 배워야 할 초보 공무원들에게도 결코 존경하는 선배 공무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인구 3만8000여명 남짓한 보은군이다. 공무원들을 믿으며 살고 있는 주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래도 지역 사회를 움직이는 중추계층은 공무원들이 지역개발을 위해 주민들의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낙후지역이란 말의 어감이 좋지 않아 이름만 바꾼 신활력지역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좋아하는 우리 공무원들이 계속 내 업무다, 아니다라고 서로 떠 넘기고 있을 때 다른 자치단체는 저만치 앞서 간다.
경쟁력에서 계속 뒤지게 되는 것이다. 개발 규제지역이기 때문에 낙후지역인 것이 아니라 혹시 공무원들의 기획력 낙후로 지역이 개발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오명을 입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