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다진 동창모임을 마치고

2004-07-10     보은신문
지난날 청운의 꿈을 키우던 보은의 건아들인 보은중학교 제17회 동창들이 중후한 50대의 연륜 속에 배우자를 동반하고 지난 6.26∼27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설악산 등 강원도에서 우정과 애향심을 다지는 값진 보람의 동창 만남 행사를 가진바 있다.

태풍 디앤무에 연이은 장마 날씨 등으로 망설임과 걱정도 많았던 행사였다. 청주에서 보은과 대전 권 거주 동창들과 만나 버스에 몸을 실으니 땅 내음 맡은 들녘의 푸르름이 창가에 스쳐 지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간의 삶을 얘기하는 시간 속에 버스는 벌써 강원도 인제를 접어들고 이른 아침 때문인지 배가 허기져 왔다.

황태 정식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순간에도 먼저 설악산에 도착한 서울지역의 동창들로부터는 약속시간 맞추어 빨랑빨랑 도착하라는 핸드폰 벨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다.

부지런히 서둘러 설악산에 도착하니 기다리고 있던 서울의 친구들이 정답게 반겨 주었다.

개중에는 졸업 후 38년만의 처음 만남으로 어색함도 없지 않았으나 금방 친근해지며 동창소식, 고향 이야기 등을 조잘대기 시작도 했다. 서로의 안부인사를 마치고 흔들바위, 울산바위로 산행을 하는데 폭염도 폭우도 아닌 가랑비가 등산하기에는 안성마춤의 날씨이고 하산 길에 목로에 빙 둘러앉아 마신 시원한 동동주 한잔의 맛은 그만이었다.

신흥사 일주문에 다다르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은 "힘 모아 나라사랑 뜻 모아 겨레사랑"의 프랭카드가 내 눈을 사로잡으며 일년 내내 게시되어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의 가슴마다 아로새겨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흔히 직업은 못 속인다는 말처럼 보훈 공직자만의 바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신 님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기에 해본 말이다.

흘린 땀으로 끈적끈적한 몸 씻고 푸른 동해 바닷가 횟집에서 도란도란 정담 나누며 한잔 소주를 곁들이니 더 없이 멋진 밤이 흐르고 있었다. 농협수련원에서 잠깨고 창문을 여니 경치 좋은 상쾌한 설악의 아침이 열리고 있었다.

시원한 황태 해장국으로 속 풀고 낙산사에서 의상대사의 발자취를 더듬고 헤아려 보면서 강릉의 단오축제 현장을 찾으니 주말연휴 나들이 관광객으로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중국 형주시 민속예술단의 공연을 잠깐 관람하는 동안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준비하는 강릉단오제에 시비를 걸어 단오제는 자기네 것이라던 억지 주장이 떠오르며 부아가 치밀어 올라 자리를 박차고 우리 고유의 민속관 찾아 선조 님들의 고단한 삶을 눈으로 체험해 보기도 했다.

삶의 현장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아쉬운 석별과 또 만남을 기약하면서 동창 중에는 자기분야에서 성공하여 모교, 내 고장, 국가사회발전을 위해 훌륭한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인재가 다수 있음을 발견하고 보은인으로써의 대견스러움, 부러움과 함께 스스로의 자화상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동창은 비젼 있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모교와 내 고장을 위한 일이라면 정성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동문(창)모임 활성화와 인화 단결에 팔 걷어 부치고 있어 애향심을 고취시키는데 솔선수범하고 있었으며,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동창은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알아주는 일어, 영어, 중국어 실력으로 20여 국을 순방하면서 변화된 신사고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으로 사업에 성공하기도 했고, 고향을 지키는 동창은 지역주민의 대표로서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전원일기 같이 푸근하고 잘사는 농촌이 멀지 않았다는 밝은 미래와 각오를 읽을 수 있게 한 시간들이었다.

여타 동창들도 늘상 고향을 그리워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듣기 좋은 말들이 오고 가기도 하였다.

훌륭하게 준비하여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강릉단오제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내 고향에서는 어떤 사업과 행사를 하면 전국 내지는 세계 각 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리는 보은이 될 수 있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

보은은 예로부터 충절의 고장으로 늘 상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진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라는 자긍심 속에 어려운 일들일랑 더불어 극복하고 신명나게 사는 내 고향건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중지를 모아야 하겠다.

우리 고장에는 누구나 아는 명산 속리산이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고 내 고장의 환경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환한 미소, 상냥한 말씨, 따뜻한 마음으로 오는 손님을 맞고 보냄으로써 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보은 만들기에 우리 모두의 정성을 다하여 지역주민 감소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 고장이 나날이 융성해질 수 있도록 일조 하는 생활도 진정한 애향의 길이라는 것을 이번 만남을 통해서 느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였다.
/구을회(산외 봉계, 청주보훈지청 운영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