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2004-05-29     보은신문
지난달 27일 친정어머니께서는 만 92세로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주변에서는 장수 하셨다고 하지만 자식인 저의 마음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엄마는 25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곁으로 떠났답니다.

탄부초등학교 뒷산 넘어 양지 바른곳에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나란히 누우셨답니다. 두 분을 영원한 꿈의 나라로 여행을 보내 드리면서 한없이 목놓아 울었답니다. 칠공주집 막내에서 두번째 딸로 태어난 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더 애절하게 그립답니다. 탄부면 덕동리에서 동심을 키우며 자랐기에 이런 시가 생각나 적어 보았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 없을 정도로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넉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친정어머니 세대들은 다 이와같은 세월을 사셨답니다.
그러기에 더욱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신답니다.
보고싶은 울엄마.....
2004년 5월 11일
/이 영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