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道를 걸으며 살아가자

이 달 홍(삼승 달산) 재부 보은군민회 총무, 외국어학원장

2001-09-22     보은신문
흰 이슬이 맺인다는 白露가 지나니, 초가을이 완연한가 본데 짜증스러운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야정치인들의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 한국의 항공안전도 추락, 실업율의 증가, 그리고 상반기의 우리경제는, 모든 분야에서 불경기로 몸살을 앓았는데, 유일하게 유흥향락업소만이 호황을 누렸다는 소식들이, 수확의 계절이며 기분 좋은 가을의 문턱에서, 우리들을 짜증스럽고 우울하게 한다.

아파트 전세 값을 비롯하여 물가는 오르고, 우리들의 삶은 갈수록 고달픈데, 어찌해서 유흥향락업소는 호황을 누릴까, 여기 우리사회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의 시골이 도시화되고, 도시의 변두리가 번화가로 발전할 때, 맨 먼저 생기는 것이 유흥 향락업소였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그 나라 국민의 사치와 향락풍조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이 사치를 즐기면, 이는 반드시 허례허식과 향락퇴폐풍조를 불러온다.

한국사람들은 차를 사도 큰 차를 선호한다. 그 동안 내수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소형차의 판매가 뚝 떨어지고, 대신 대형차 내지 외제 차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도, 유흥향락업소의 호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치향락 퇴폐풍조와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예로부터 궁합이 맞았다. 사치와 향락, 퇴폐풍조가 만연한 사회는 반드시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활개를 친다. 반대로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는, 국민들이 검소하고 질박하여 허세나 유행 같은 것을 찾지 않는다. 왜 한국의 자동차는 그리 자주 모양이 바뀌는가, 그것은 신형 차를 선호하는 국민성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멀쩡한 가구나 가전제품이 마구 버려지고, 양복넥타이에서부터 유행만 지나면 쓸모를 잃고 마는 나라가 한국인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의 사치와 허영, 외면치레의 풍조에 기인한다. 살빼기가 유행이고, 성형수술이 유행이고, 자녀들의 과외가 유행이고, 해외 어학연수가 유행이고, 박사학위가 유행이고, 드디어 외국이민이 유행인 시대에 도달한 것 같다. 국민 정서가 무엇인가에 얽매어 있고, 들떠 있는 것 같다.

이 무엇인가에 얽매임과 들뜸이 자기 정체성을 상실케 하고 본능의 욕구에 의해 행동하게 한다. 그래서 퇴폐풍조가 구석구석까지 퍼져있다. 이런 문제를 그냥 사생활로만 보고 넘길것이 아니다. 우리는 눈만 뜨면 도처에서 본능의 욕구만 꿈틀 거리는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도심지의 러브호텔이, 심산 유곡의 무슨 무슨 "가든" 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개혁은 계속되는 것 같지만, 위정자들은 일등국가의 꿈에 붙잡혀, 국민성 타락의 불행을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도덕 불감증과 수치를 모르는 타락을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 범국가적 도덕성 회복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내외의 정세판단을 잘해야 한다.

여러 가지 예가 있지만, 기원전 586년 유다의 왕 시드키야는, 당시의 정세판단을 잘못하여 망국의 비극을 초래하고, 자신은 장님이 되는 불행을 당했다. 당시의 유다 국내에는 관리의 부정부패가 판을 쳤었고, 종교마저 썩어있어, 백성들은 사치와 허영심, 극도의 성문란으로 밤낮을 지세웠다 한다. 이를 충고하는 예레미야의 말에, 시드키야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해이된 국가의 기강과 국민들의 모습이, 예레미야 시대와 흡사해서 하는 소리이므로, 우리 모두가 정신을 똑 바로 차리고, 正道를 걸으며 살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해 본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