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보은군청 사회경제과 이옥순씨

2004-05-15     송진선
시부모를 모신다는 것이 과거에는 당연한 자식의 도리였다. 중풍이나 치매를 앓아 대소변을 받아낼 정도가 돼도 다 업보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 그렇게 팔자로 알고 그 일을 다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더구나 자신을 낳아준 부모도 아닌 시부모를.

더욱이 요즘같이 가정일만 하는 주부도 아니고 거의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에서 봉양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노인 전문 병원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런 효행을 하고 있는 며느리는 동네는 물론 인근 지역에까지 효부로 소문이 난다.
보은군청 사회경제과 사회담당 부서에 근무하는 이옥순(35, 행정 7급)씨는 치매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효부다.

지난 8일 어버이날 이같은 효행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옥순씨는 “별로 잘 모시지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90년 외속 오창이 고향으로 형제 중 막내였던 이옥순씨는 역시 3남1녀 중 막내였던 윤갑진(41,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근무)씨와 결혼, 슬하의 3녀1남을 두었다.
이옥순씨가 결혼하고 얼마 안돼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시어머지 혼자 경북 화남 중률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맞벌이인 자신들을 대신해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모두 맡아 길렀다.

기계로 모를 내면 반나절도 안돼 다 끝날 일을 아이들이 잠자는 새벽에 논에 나가 혼자 모내기를 다 했을 정도로 부지런했다. 아껴서 뒀다 먹겠다고 남겨놓은 것이 썩을 정도였고 돈주고 사는 것이 아까워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만 반찬을 해먹을 정도로 절약정신도 대단했다.

위로 형님들은 모두 미국, 서울에서 살고 가까이에 이옥순씨네가 살은 탓도 있지만 휴일마다 시어머니 혼자 적적하다고 중률에 들어가 청소, 빨래도 하고 시어머니의 말벗도 되어주는 등 고부간의 정을 나누며 지냈다.

그런 시어머니에게 치매가 와 혼자 지내실 수가 없어 아예 자신들의 거처로 모시고 왔다. 아파트에서 생활하자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그래서 매주 시골로 들어가 시어머니에게 흙냄새를 맡게 해주고 텃밭에서 풀이라도 뽑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런 시어머니를 보며 죄송한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할머니는 옛날 농사짓던 과거가 생생한지 아파트 문만 열려 있으면 어느새 나가서 아파트 슈퍼 앞에서 무작정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

집을 나간 시어머니의 행방을 몰라 자녀들과 밤늦도록 찾아다녔는데 다행히 시어머니가 집 전화번호의 끝자리를 기억해 시어머니를 찾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슈퍼 주인에게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어머니를 보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해놓았다.
“작년부터 치매기가 심해져 가끔 대소변도 받아낼 때도 있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누구냐고 할 때도 있지만 아직은 그렇게 심하지 않고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고 말했다.

1989년 8월 공무원을 시작해 그동안 친절하고 대민 봉사행정에 최선을 하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이옥순씨는 시어머니의 점심식사를 위해 매일 점심때마다 집을 가는 효부이지만 그래도 부족한지 “더 잘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