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폭설 이겨낸 복숭아 출하

수한 병원 박귀열씨, 복숭아 수확 한창

2004-05-08     송진선
3·5폭설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수한면 병원리 박귀열(51)씨가 폭설악몽을 딛고 하우스 복숭아 출하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군내 다른 하우스 복숭아 재배 농가들은 폭설로 인해 복구가 어려워 하우스를 모두 철거를 했는데 박귀열씨 하우스만이 유일하게 복구돼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박귀열씨와 부인 윤향섭(44)씨는 4월30일 28박스를 시작으로 매일 천안 농산물 공판장으로 출하를 하고 있다. 복숭아 크기에 따라 상자당 5개∼8개로 포장하고 있는데 가격대는 상자당 2만5000원에서 8000원에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진 편인데 아마도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이달 말까지는 하우스 복숭아를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박귀열씨는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세로는 박스비 등 자재비는 고사하고 기름값이나 겨우 건질 수 있을 까 수입밖에 안될 것으로 보여 박귀열씨와 윤향섭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7년전 1000평의 하우스에 심은 복숭아나무 400주 중 150그루 정도는 가지가 찢어지거나 얼어죽고 겨우 250그루에서 수확이 가능하다. 그나마 온풍기가 놓여있는 서쪽 부분은 좋은 복숭아를 수확하지만 동쪽 부분은 보온이 잘 안되고 나무가 스트레스까지 받아 북숭아가 거의 달리지 않았으며 달렸어도 크질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다.

지난해 낙과 피해로 큰 재미를 못 봐 올해는 고소득을 기대하며 햇빛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비닐을 교체하고 1월1일부터 가온을 시작한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다.

3월5일까지 1500만원을 사용한 난방비가 3월5일부터 지금까지 2500만원이 소요, 오히려 한겨울보다 더 들어갔는데 각종 보온 유지 시설 피해로 보일러가 돌아가도 하우스 내 온도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박귀열씨는 주저앉은 하우스를 작기로 떠서 기둥을 받쳐 복숭아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목계원, 조기축구회원, 면사무소 직원, 농협 직원들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라도 소득이 높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확만 마치면 일단 하우스도 철거하고 나무도 베어낼 생각을 갖고 있는 박귀열씨는 농기계 수리업을 하다 14년전 귀농, 1800평밖에 안되는 땅 중 복숭아를 심은 하우스 1000평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암담해했다.

먹고사는 것이 막막해진 상태여서 지금은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건설현장에 나가는 박귀열씨에게 귀농은 상처만 안겨줘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