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통합의 지혜를 모으자

2004-04-24     보은신문
우리는 얼마전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가결이라는 사태를 경험했다. 과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태로 인해 헌정사에 얼룩졌던 해방 직후의 보·혁갈등이 재연되는 듯한 이 심각한 상황은 불가피하게 혼란과 국론분열을 야기했다.

그 때문인지 주요 현안마다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이념대립과 국론분열이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고 지금 우리 사회는 극단적으로 네편, 내편을 가르는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사회적 갈등은 양 측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한 쪽만 옳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데 현재 국민정서는 양비론적인 태도를 애매모호한 회색분자로 취급하고 이쪽이지 저쪽인지를 밝히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의 말없는 다수는 작금의 남남분열상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념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치유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여야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한의 대립을 하고 국민마저 두 쪽으로 갈라져 심리적 내전 상태를 보이는 현 상황을 수습할 묘책은 없을까?

무엇보다 민주 시민들의 행동에는 민주적 사고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배척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해선 안된다. 민주주의는 정부와 국회와 국민이 함께 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이다. 지엽적 논리인식이 아닌 보다 다각적인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각자가 행동하기에 앞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자신의 민주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이웃과 반목을 접고 반대 의견을 감싸안을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정책결정자들은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여론에 집착해 중요한 국가정책을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해 결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은 선동선전을 자제하고 풍향계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반 국민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말고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TV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17대 총선은 막이 내렸다. 어느 쪽을 지지했던지 간에 우리는 총선 결과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성숙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또 남은 헌법 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탄핵을 찬성했든, 반대했든 국가기구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성숙한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탄핵사태와 총선을 계기로 우리는 앞으로 힘의 대결과 극한 대립을 지양하고 타협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난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국민 스스로가 앞장서서 국론분열을 막고 난국을 헤쳐나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국민통합의 계기로 삼자.
/성 원 제(보은 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