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병든 소 도축용 구입

소 죽어 유통 못했지만 정직 신뢰 이미지 먹칠, 해당 직원 인사위원회에 회부 중징계할 방침

2004-01-31     곽주희
보은농협 하나로마트가 폐렴에 걸린 병든 소를 싼 값에 사 유통시키려다가 운반도중 소가 죽는 바람에 실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죽은 소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축산업자에게 돌려주고 소 값을 물어 준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농협 충북지역본부 금요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속리산 한우고기 판매는 물론 보은농협 중앙지점 하나로마트 정육부에서의 고기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 농협 전체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뢰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는 양상이 돼 진퇴양란을 겪고 있다.

지난 29일 보은농협과 주민들에 따르면 보은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지난 7일 조합원인 어모(50, 외속 봉비)씨가 사육하던 4년생 암소(617㎏)가 급성폐렴에 걸려 회생이 어렵게 되자 시세(㎏당 1만1200원)보다 싼 1만원인 617만원(도축비 포함)에 구입했다는 것. 이에 보은농협 하나로마트는 구입한 소를 도축하기 위해 청주 도축장으로 가던 중 소가 죽는 바람에 어씨에게 다시 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 죽은 소를 돌려주는 대신 소 값의 절반을 치러주기로 하고 하나로마트 책임자와 담당자가 317만원을 어씨에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래당시 소의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 옥천군 손모 수의사로부터 폐렴판정을 받았으나 이를 무시했으며, 운반도중 소가 죽거나 도축 후 고기에 문제가 있으면 돌려주기로 합의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도축 전 병든 소에 폐렴 치료약 등 주사제를 놓으면 육질이 시꺼멓게 변한다며 주사를 놓지 못하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죽은 소를 돌려받은 어씨는 수의사의 검증없이 밀도축해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 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관계자는 “어씨 소가 폐렴에 걸린 사실을 알고 출하적기를 맞은 소를 치료하기 보다는 도축처분하는 것이 농가에 유리하다고 판단, 조합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서둘러 도축하려 했다” 며 “폐렴은 법정 가축전염병이 아니라서 국내 모든 도축장에서도 위생검사원의 판단하에 질병부위(폐)만 폐기처분하고 고기와 부산물(내장)은 정상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폐렴치료제를 주사하지 못하게 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유통되기 직전 주사약을 투여하는 것은 마치 출하직전에 농산물에 농약을 살포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며 “문제의 소는 임신 6개월에 접어들어 ㎏당 1만원이면 충분한 값을 쳐준 것으로 병든 소를 헐 값에 사들였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며, 소가 죽어 출하자의 양해를 얻어 농협과 출하자가 절반씩 손실을 부담하기로 하고 소를 출하자에게 돌려주고 소 값의 절반만 지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은농협 이사회에서는 이번 문제가 일파만파 불거지자 소를 구입한 직원과 하나로마트 책임자에 대해 2월초 인사위원회에 회부시켜 중징계할 방침이며, 경찰에서는 죽은 소를 불법도축행위(일명 돌부리)를 한 어씨를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