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정직하자

오계자(보은읍 어암1리)

2004-01-17     보은신문
자신의 맘속을 들여다보고 참 맑고 투명하구나, 만족하여 밝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과연 있을까? 우리나라는 유아 때부터 거짓말 가르치는 부모 덕분에 맘속에 그늘을 만들어야 된다. 엄마 설거지하는 동안 아빠가 살짝 물어보면 엄마가 더 좋아도 아빠가 더 좋다고 해야되니까. 그렇게 자라고 살아온 우리사회의 그늘은 자녀교육에 직접 영향을 주는 어머니들의 관습이되었다.

어머니란 이미지는 늘 인자한 미소로 그늘을 감추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한 가슴에 한이 많기로도 세계에 으뜸이라고 본다. 더구나 어머니 할머니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남편 탓, 가난 탓으로 돌리며 잘 참고 견뎌주심을 우러러 본 받아라, 딸에게 손녀에게 대물림을 원하고 있다. 하루빨리 잘못된 전통을 무너뜨려야 된다.

이젠 우리들이 자신에게 정직한 삶을 만들어 개인의 맘이 밝으면 사회도 밝아진다. 생활방식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된다. 어머니들이 한 많은 삶을 살아 온 것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어머니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자니까 또는 가족을 위해 극복해야 된다는 생각은 삶을 사는게 아니라 억지로 견디는 삶이 되어 억울하고 한이 맺힌다. 가족에게 베풀고 사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다. 힘든 가난에도 잘 견딜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 보다 먼저 자신을 위해서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에게 베풀고 살면 내가 보람이고 내가 행복하니까. 당연히 나를 위해 봉사하고 나를 위해 베풀고 사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산다는 생각은 어리석음이요,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나쁘게 표현하면 이기적이다. 생각이 그러하니 억울하고, 억울하게 살았으니 한이 맺힌다. 후회하지 않을 삶, 억울하지 않는 삶이란 바로 자신에게 정직한 삶이다. 살다가 아플 때, 슬플때, 고달프고 힘들 때 자신을 위해 헤쳐나갈 길을 찾고 자신을 위해 노력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결과가 만족하지 못해도 한이 되거나 억울하지 않다.

누구 때문이 아니고 나를 위함이였으니까. 역대 철학자들 중 데카르트의 주장을 난 좋아한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 생각하나 바꾸면 삶이 달라지는데, 그 잘못된 생각을 버리지 못하니 자신을 속이고 스스로 힘들어한다. 〈나를 위해 노력하고 나를 위해 가족에게 베푼다.〉 이렇게 맘속에 심어 놓기만 하면 삶이 더 편안하고 원망도 미움도 없어지는 걸.

원망하고 미워함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시작하면 점점 빠져든다. 원망도 미움도 받는 사람보다 원망하고 미워하는 쪽이 더 힘들고 고통이다. 짜증도 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당하는 꼴이 되며 건강까지 해친다. 내가 몇 년 동안 남편의 병마와 함께 하면서 깨알 만큼도 양심의 가책 없이 최선을 다 했노라고 맹세 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나를 위해 정성 쏟았으니 그 정성에 가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도 괴로움의 근원이 중생의 무명(無明)과 갈애(渴愛)에 따른 집착에 있다고 한다.
무명이란 올바른 지견(知見), 올바른 지혜가 없음이요, 갈애란 충족되지 않은 욕망에 목말라 함 일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맛들이고 거기에 묶여 스스로 괴로워하고 소아적(小我的) 국집(局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이만큼 발전하고 상상을 넘는 과학시대에 우리도 내 마음 내가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갑신년 새해에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