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한 장선 김태형씨 사법고시 합격

2003-12-13     송진선
수한면 장선리 김영균(59)씨는 요즘 먹지않아도 배부르고 절로 웃음이 배어 나오는 생활을 한다. 다름 아닌 가난한 집안의 위로 누나 둘, 아래로 여동생 둘사이의 셋째로 태어나 별다르게 뒷바라지도 못받은 딱 하나 밖에 없는 아들 태형(32)씨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떡 하니 합격했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집에서 법조인이 나올거라고 생각하겠느냐며 합격자를 발표하기까지 별다른 꿈도 꾸지 않았고 성스러운 징조도 느끼지 못했는데 지난 2일 오후 5시 넘은 시각에 아들 태형씨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하늘을 날 것같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지만 아버지 김영균씨는 “고맙다”는 말만 거듭했다.

고맙다는 말속에는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함, 안타까움, 대견함 등 모든 것이 묻어있는 표현이었다. 수한 동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보은중학교에 입학, 산골 아이지만 시내권 아이들을 제치고 전교 1등을 차지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청주로 전학 청주 남중, 청석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롯데그룹에 입사해 1년간 롯데쇼핑에서 근무를 했다.

그렇게 평범한 샐러리맨이 될 듯 싶었던 김태형씨는 이를 그만두고 대학원 공부를 해 합격했지만 역시 이도 그만두고 전과는 180도 다른 사법고시 합격에 인생의 목표를 뒀다. 대학 4년간 법만 공부하고 졸업 후에도 고시원에서 법만 파고들었던 법학 전공자들에게 크게 뒤진 28살 때 시작해 3번의 도전 끝에 지난 2일 최종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았다.

고시공부를 시작한 28살은 집안이나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였기에 논밭 합쳐야 3000평도 안되고 교통사고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가난한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 수가 없어서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과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처지를 가슴 아파한 누나와 여동생들이 준 경제적, 정신적 도움을 김태형씨는 평생을 두고 갚아도 다 못 갚을 빚으로 안고 있었다.

만화, 비디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틈틈이 책을 많이 읽었으며 조깅,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지켰고 등산을 하면서 절에 들러 고시에 붙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잊지 않았다. 형제들을 덜 고생시키려고 그랬는지 합격해서 다행이며 기쁘다는 김태형씨는 실력이 되면 판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아버지 김영균씨는 “작명가가 돌림자인 ‘환’자를 쓰지 않고 泰亨(태형)이라고 지어줬는데 이름덕도 본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들이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고시에도 붙었으니까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제일 큰 소망”이라면서도 금의환향하는 아들을 대견하게 생각했다.(☎542-5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