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정은 … 외형보다 실속 챙겨, 보은군은 … 내실보다 겉치장 신경
잠깐 생각해봅시다 ⑤고강정·의회 사무실
2003-12-13 송진선
글싣는 순서
① 주정차 문화
② 노상적치
③ 쓰레기
④ 가로수
⑤ 고강정 사무실
의회 사무실
⑥ 관광기반
⑦ 축제
⑧ 기타
일본을 방문해서 가장 크게 가슴에 와닿은 것 중의 하나가 비록 외형은 허술하더라도 속은 알찬 곳이라는 것이다. 동경과 같은 번화한 도시가 아니라 외곽 지역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건물 외형만 놓고 볼 때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식구 수대로 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정집이며 도심의 빌딩이 돈으로 치장했다는 느낌이 없어 외형으로만 보면 부자나라라기 보다는 오히려 청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본 것이 아니라 스치듯 잠시 둘러본 고강정 정장실과 의회의장실을 스케치해보면 다음과 같다. 고강정 정장의 사무실은 10평 남짓 돼 보였고 정장실의 소파 또한 질좋은 가죽이 아닌 천으로 되어 있었는데 하려하게 치장한 것이라기 보다는 깨끗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외형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의회도 마찬가지. 의회는 별도로 청사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의장실부터 본회의장까지 고강정 청사 한개 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가능한가 했는데 의회의장과 부의장은 6, 7평 정도 밖에 안되는 하나의 사무실에 책상만 별도로 있을 뿐이고 의회사무과는 의장·부의장실보다 적어보이는 사무실에 책상 3개만이 놓여져 있었다.
그래도 서고(자료실)도 별도로 있었고 의원휴게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규모여서 한 개 층으로 커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군수 집무실이 31평, 부군수실이 14평이다. 군의회 의장실과 부의장실은 각각 12평, 5평으로 군수실보다는 적지만 일본보다는 규모가 크다. 그래도 보은군은 사무실 부족으로 내년 군의회 청사를 신축, 의회의 살림을 내주고 기존 의회청사는 군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하는 일이 우리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생각할 때 그들의 형식을 중시하지 않고 내용에 충실하는 실리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1년에 한 번을 사용하든 두 번을 사용하든 있을 것은 있어야 하고 한 기관의 장이 사용하는 집무실에 놓는 소파는 적어도 어떤 것이어야 하고 사무실 크기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는 등등 실속보다는 외형으로 위신과 권위를 찾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것 같다. 고강정과 아주 많이 비교되는 이런 실속없는 생각과 현상들을 비교하면서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히려 고강정은 청사 1층에 주민들을 위한 휴게실이 있었고 청사 입구에는 우편함이 설치돼 있었으며 비가 자주 오는 지역적 여건때문인지 우산꽂이도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흡연자들을 위해 환풍기가 달린 휴게 탁자가 현관에 놓여져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군과 의회만의 단순 비교이지만 어디 비교할 것이 이뿐이겠는가. 직접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교육청도, 경찰서도 농협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무실이 크다고 성과가 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일본보다 사무실도 크고 있을 것은 면면이 갖췄으니 일의 성과가 더 크게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