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관련 찬반 토론회 무산

주민과 한화직원간 언쟁 및 몸싸움, 시작한 지 15분만에 폐회

2003-12-13     곽주희
(주)한화 인천공장 보은이전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보은군이 개최하려던 찬반 토론회가 토론회 도중 주민들과 한회직원간의 극심한 감정대립으로 무산됐다. 보은군은 지난 9일 한화 보은공장 추방 범군민 대책위원회 관계자, 내북면 화전·법주리 주민, 군내 사회단체장, 한화 보은공장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공장 증설 및 보은공장 이전과 관련한 주민의 찬반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주헌 기획감사실장의 진행으로 일정한 틀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박종기 보은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군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 며 “이번 토론회는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군민들의 찬·반 의견을 들어 정책 결정에 참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토론자로 한화인천공장 보은이전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화전리 주민대책위원회 이대희(화전2리 이장) 총무는 “한화공장 인근에 위치한 우리 화전리 마을 주민들은 수 차례에 걸쳐 일어난 폭발사고와 환경오염 등으로 입은 농산물 피해를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며 “우리 주민들은 보은군민과 합심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천공장 이전반대 운동을 펼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찬성의견을 내고자 한화 직원이 연단 위로 올라가자 범대위 이종환 공동위원장이 연단에 선 한화 직원의 발언권 자격을 놓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 주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여기 저기서 고함소리가 들리는 등 이내 토론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이번 토론회는 주민들간 찬·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지 한화측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나온 게 아니다. 한화 직원은 토론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며 대다수의 주민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어 (주)한화 관계자들과 법주리 주민, (주)한화추방 범대위 관계자 등이 연단에 올라가 일부 몸싸움을 보이는 등 싸움이 확대될 사태가 되자 경찰병력이 긴급 투입되면서 일단 정회됐다. 이어 주민들은 “한화 대표이사가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 마당에 이런 토론회 자체가 필요 없다” 며 “한화에 근무하는 보은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대다수의 군민을 위해서 약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군은 토론회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토론회를 이어가려 했으나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이 군청 공무원과 (주)한화 직원, 화전·법주리 주민들이어서 더 이상 토론회의 의미가 없다는 참석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기한 연기키로 최종 결정했다. 한편 시청각실 밖에서는 화전·법주리 주민과 이재열 군의원간 말다툼에 이어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등 감정이 크게 악화됐으나 경찰의 저지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 이후 이재열 의원이 주민들 앞에서 해명을 하고 사과를 하는 등 이날 벌어진 상황이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