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우리들 속에 있다
정구필(보은 BBS 회원)
2003-11-22 보은신문
배터리를 두시간쯤 충전을 한 다음에 작동을 해 보았다. 아니!! 근데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회전은 잘되는데 작은 나사 하나를 꼭 조일려면 끝에 가서 힘없이 겉도는 것이 아닌가?. 중국산 이라 그런가? 싼게 제값 하는건가? 생각 하다. 나를 속이고 판것은 아닐까? 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가 미워 졌고 아주 괘씸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또 한달이 지나 우리 집에 다시 찾아 왔을때는 이미 그동안 키워진 불신이, 더이상 그와는 대화를 하지 못하게 나를 조정 할 수 있는 힘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을 때 였다. 내 흥분된 항의에 "24시간 충전 시킨 다음에 사용해야 하는건데....." 라는 말을 던져 놓고는 박대를 피해 서둘러 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정말 24시간 충전을 시키지 않아 그런가? 하고 다시 시간을 재 가면서 꼬박 하루를 충전 시킨 다음에 재 가동을 해 보았다.
역시 내 판단이 틀림이 없었다. 드릴은 전에 작동을 해 보았을때 보다 더 신통한 마술을 보여 주지 않았던 것 이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변명을 늘어 놓고간 그가 더욱 미워졌고, 그날이후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몇일전, 그동안 손을 대지않아 어수선한 공구함을 열어 젖히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찾을수 있도록 구분하여 정리를 했다.
그러던 중에 문제의 충전드릴이 나왔고 주저없이 쓰레기 통에 버려 버렸다. 한참후, 분리 수거를 할때 그 드릴을 다시보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보이지않던 위치에 힘 조절하는 스위치가 보이 는것이 아닌가? 혹시나 해서 한시간쯤 충전을 한 다음에 다시 찾은 스위치를 돌리고 작동을 해 보았더니, 아니!!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이던가?
내가 기대했던 이상으로 회전이 강력했고, 이년동안 황당하게 당했던 천대에 항의라도 하는양 소리또한 저돌적으로 내는 것이 아닌가? 신기한듯 스위치를 켜고, 작동을 해보고 눈에 보이는데로 나사를 풀고 조여 보면서, 이 충전드릴 때문에 한사람과 인연을 끊었는데, 내가 멍청하지않고 신중했더라면 아무일 없이 잘 지냈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내가 나를 질책하는 상황을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기도하고,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긴 시간동안 드릴을 만지작 거렸다. 돌이키고 후회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오늘, 전에 부터 몇 사람한테 듣던 얘기를 다른 후배가 또 했다. "보은은 끝이 났다" 고. 요즘 보은에 사는 젊은이 들이 모이면 흔히 하는 말이고, 친구들은 부동산을 내 놓아도 매매가 안된다며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낙후된 우리 보은이 갖고있는 문제, 문제가 있다면 해답 또한 분명히 있다. 내가 무지해서 충전드릴을 제대로 작동을 못했듯이,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의 무지와, 몇 사람의 독선이, 새로운 문화를 능동적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세상의 변화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게하고, 우리 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을 배척하고, 더 경험이 많은 사람을 알아 보지 못한 우를 범한 결과가, 오늘의 보은을 낳게 한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단언을 한다.
잊고있던 스위치가 가까이 있었던것 처럼, 우리의 미래를 환하게 비출수있는 해결책 또한 가까이 있다는 희망을 갖어보자. 충전드릴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에게 먼저 물어 보기만 했더라도, 싼 가격에 준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그동안 유용하게 잘 썼을것을 생각해 보면, 각자의 정확한 자기의 능력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무지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는 자세로 모든 사람과 문제에 접근한다면, 그 또한 보은의 서광을 앞당길수 있는 백 걸음 중 일보가 아닐까? 결론을 내려본다.
지금 우리는 기필코 찾아내야 할때 이다. 열쇠는 우리들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