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고발당하는 세상
정은상(41, 보은라이온스클럽 회장)
2003-11-08 보은신문
한화가 보은에 입주할 때 보은군민들은 한화가 기여해 줄 여러 가지 지역사회에 대한 프리미엄에 기대를 걸고 화약공장의 위험성 검증없이 심지어는 환영행사까지 해가며 보은군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화가 보은군민을 위하여 기울인 노력들은 실망을 지나 허탈감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내북의 뜻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부분에 인식하고 한화 인천공장 보은이전을 더 이상 실속없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나선 일은 잘한 일이었다. 그 얼마후 내북을 지원하고 보다 발전적 보은을 위해 보은군 범대위가 출범준비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내북의 어떤 인사는 내북 주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보은군민 전체와 호흡을 같이 하겠노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한화 인천공장이전 및 보은공장 증설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그 시간 내북의 몇몇 사람들은 한화측과 몇 개항의 합의를 전제로 인천공장 보은이전을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하였다. 이로 인해 보은군민들은 망연자실하였고 극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맛봐야 했다. 상식과 도덕적 차원에서 합의를 주도한 쪽은 보은군민 전체에게 엄청난 가해행위를 한 가해자인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들이 범대위 관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말은 오래도록 법리학자들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 명언으로 보호돼 왔고 힘없는 백성을 다스리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법이 법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악법이며, ‘악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며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주류에선 386세대들의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법이 우선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의 잣대로 잴 수 없는 사회 정서, 도덕적 관습, 보편적 상식이 있기에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한시적이지만 사회의 보편적 상식과 도덕적 관습으로부터의 심판은 영원하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발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더구나 이것들이 보은이라는 한 지붕 밑에 사는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에 가슴 아파해야 한다. 반드시 정의는 승리한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대기업 한화와 싸워 수려한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보은을 우리 후손 만대에 물려줄 크나 큰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시는 군민들끼리 서로 가슴 아파하는 일들이 없었으면 한다.
〈이글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