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노래, 그림이 있는 마을 풍경
소시민이 주인공인 마을 축제, 보은 민예총, 관객호평
2003-10-18 송진선
충북 남부 민예총이 주최하고 보은 민예총(지부장 정은광)이 주관한 이 마을 축제는 보은, 옥천, 영동 남부 지역의 문화예술 행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서 한바탕 대동굿판을 벌이는 것이었다. 구 산대분교 산대 자연학교에서 벌어진 마을 축제 행사장에는 오전 10시부터 그림, 판화작품이 전시된 찾아가는 미술관을 열어 손님을 맞았지만 추수철이라 할 수 없이 회원들은 들녘으로 주민들을 양보했다.
대신 달빛 커튼에 ‘우리 마을’을 닮은 그림이 무대에 드리우고 총 천연색의 조명이 설치된 무대가 따로 없는 공연장을 만들어 노동으로 지친 농민들에게 모처럼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산대 1·2리와 인근의 길탕 1리에서 아기를 업은 엄마, 할머니 손을 잡고 나온 손녀, 시어머니와 함께 며느리, 손자까지 3대가 찾은 가족까지 100여명에 이른다.
말솜씨 번지르르한 전문 MC를 대신해 사회를 맡은 산대1리 김인각이장의 인간적인 말솜씨가 친숙함을 자아냈던 이날 공연은 공연 시작을 알린 땅울림 풍물패가 밤의 적막함을 거둬냈다. 김인각 이장의 딸인 김민주양(산외초 6학년)의 거문고 산조 공연과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한 마로면 관기리의 시인 김철순씨의 시낭송은 노동으로 지친 농민들의 마음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면 중요무형문화재 5호인 명창 조동언 선생과 어린 수제자들이 펼친 판소리와 민요마당은 주민들의 몸에 흥을 실어줬다.
모두가 한몸이 되어 얼쑤, 잘한다의 추임새는 물론 흥겨운 춤으로 이어진 가운데 길탕1리 동화하는 할머니로 유명한 안숙자 할머니가 들려준 동화극에서는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갔고 보은 민예총 회원인 구본명의 성대모사와 사무총장인 김인각씨의 민요 한마당, 옥천 민예총 공연팀이 보여준 웃다리 농악, 영동 자계 예술촌의 고성 오광대 탈춤 한마당 모두 모처럼 저녁 나들이를 한 주민들에게 다시 보고싶은 공연이었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면민 노래자랑 한마당 시간에 주민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동네 가수들이 불러내는 멋드러진 노래에 취해 흥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않은 날로 기억되게 했다. “언제 또 이런 것 볼 수 있는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