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월성 법주사 주지 신년법어
이웃에게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야
1995-12-30 보은신문
"모든 생명의 근본바탕은 하나이며 존엄함은 만물이 동등하다"고 가르치는 불타의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지구가 안고 있고 환경오염이나 자연파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의 이웃을 자비와 관용으로 포용하여 이해하고 연약한 민생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현재 과학문명의 혜택이나 물질의 풍요를 마음껏 누린다고 해도 우리가 사는 인간들의 사회는 삭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드넓은 허공에 경계가 없듯이 우리 마음의 본성자리엔 어느곳에 치우침이 없을진대 지역따라 정당따라 그리고 종파따라서 서로 편을 갈라 국민들 감정의 골을 깊게 한 것은 지도자들 마음속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심때문이다. 잘못된 과거 역사의 청산은 국민이 주체가 되고 보편적 법의 정의 위에서 그리고 치우침이 없이 분명하게 처리돼야 합니다. 법이나 제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이나 제도를 관리하는 인간들의 마음을 이해와 화합으로 먼저 뭉친 다음에 법과 제도를 엄정하게 세워야 하겠습니다.
칼은 쓰는 사람의 마음상태에 따라 흉기도 되고 보검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래하는 국운융창의 기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목의 돌팔매질로 세월을 허비한다면 남북통일의 대과업은 언제 이룩하겠습니까? 지난날을 거울삼아 지도자들은 나라와 이웃을 위한다는 이제는 겸허하게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보는 진실한 한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