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
시인 김 철 순
2003-09-27 보은신문
깜빡 내 나이를 잊어 먹었네
나이를 잊고 길을 가다가
봄 소풍 가는 아이들을 만났네
가까이 다가가
아이들에게 내 나이를 대보았네
삐죽이 튀어나온 나는
아이들과 맞지 않았네
한참을 걷다가
가는 허리를 바람에 흔들고 있는
개나리꽃에게 다가가
내 나이를 대보았네
턱없이 굵어진 내 허리
개나리 나이쯤도 아니었네
조바심이 나서
꽃다지에게도 대보고 조팝꽃 무리에게도 대보고
아무에게나 대보고
맞지않아서 도무지 맞지 않아서
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 쉬었네
오래된 사과나무를 바라보다가 알았네
아이를 많이 낳아서 뱃살이 터진,
밑둥치가 굵어진,
내가 사과나무와 같은 나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