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의 광란 (2003년 9월 13일)

시인 황귀선

2003-09-20     보은신문
제주도, 남해, 목표, 여수, 경·남북, 강원도
반 국토가 온통 물바다

고목의 매미가 날아간 하늘은 맑기만 한데
태풍 매미가 지나간 자리는 아 - 아수라장

초속 50m 강풍, 강우량 400mm 폭우
도깨비 방망이로 온 세상을 두들겨버린 듯
나무 논밭 농작물 가옥이 침수되고 사라지고
부러지고 날아가고 무너지고
수많은 이재민 앗아 간 인명
매몰되고 실종되고 떠내려가고
소리치고 통곡하고 신음하는 아 - 아비규환

침몰되고 파괴된 선박 쓰러진 크레인
가라앉고 붕괴된 건물 멈춰버린 기차
정지된 발전소 암흑의 정전

이 가공 할 태풍
광란의 매미 그 괴력 앞에 인간은 무력했으니
우리국토 우리 삶 쑥밭을 만들어도
속수 무책 보고만 있었으니
그렇게 이 강토를 부셔 대도 바보처럼 서서
가슴만 치고 있었으니

오! 하늘이여
어찌하여 이 땅에 그리도 가혹한 시련을 주시나이까
어찌하여 이 민족을 그렇게도 비정하게
고통의 늪으로 몰아 넣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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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가야만 하오
절망도 없고 좌절도 없소
날 밝아 햇빛 다시 퍼져오면

복구의 삽을 들고 엄마 잃고 아기 찾는 마을
꽃잎 떠내려간 수해의 현장으로 달려가려오
수마가 쓸고 간 폐허의 땅
풀뿌리도 울고 간 슬픔의 언덕으로
먹을 것 입을 것 이고지고 달려가려오
붉은 악마 젊은이들 지구를 흔들던 대한민국
그 힘 가동하려오

1998년 참담했던 보은군민
그날을 상기하며 옷가지 널브러진 눈물의 마당으로
달려가려오

하늘이여! 하늘이여!





시인 황 귀 선
·탄부 장암 出
·모닝글로리 대표이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