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김홍춘(보은 삼산/ 미미광고 컨설팅 운영)

2003-09-20     보은신문
우리는 흔히 어떤 사안의 결론은 별개로 젖혀 놓고 또는 죽기 살기로 득도없는 싸움을 하는 모양새를 볼때 참으로 이판사판이구나 하는 말들을 한다. 물론 원래의 ‘理判(이판)은 주로 佛理(불리)답구나 修道(수도)에 정진하는 理判僧(이판승)을 이르는 말이고 事判(사판)은 사찰의 운영과 유재를 주관하는 事判僧(사판승)을 이르는 말이다. 돈독한 관계여야할 두 사이가 해방 후 비구승과 대처승 문제로 표출되면서 대립되어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속어와 동의어가 되고 만 것 이다.

작금의 우리지역은 무엇하나 후련한 것 없이 삶의 고통들을 겪고사는 낙후된 지역에 한화 인천공장 보은이전이라는 황망한 현실앞에 또 한번 소용돌이 치고 있다. 가장먼저 이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내북면 주민들은 한화와 얼마의 보상비로 완전합의 하였다는 말과 동시에 일견에서는 한화공장추방 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목숨건 한판싸움을 할 판이다.

이 또한 인구 4만도 되지 않는 고을에 무슨 회괴한 모습인가? 군민 대다수의 뜻을 무시하고 얼마의 득 때문에 내북주민들이 한화측과 합의하였다는 말은 믿고 싶지는 않다. 아마 그것이 내북 주민전체의 뜻도 아니라고 믿고 싶은 심정이다. 脣亡齒寒(순망치한) 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이로서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어렵게 된다는 뜻이라 보겠다.

한배를 탄 군민모두의 자중지란은 적의 승리를 점치듯 이판사판식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되겠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하였다. 지구촌시대에 지금도 지구곳곳에서는 오늘의 우방국이 내일의 적이 되어 전쟁의 잠재력을 곳곳에 안고 있다. 예로 얼마전 우리는 이라크 전쟁을 생생한 화면을 통하여 본적이 있다. 미국과 연합군 측의 고도한 첨단무기는 일차 타깃이 이라크의 위성시설과 무기, 화약을 제조하는 공장을 파괴하는 무서운 장면을 시청한 적이 있다.

우리의 현실도 전쟁이 잠재적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을 때 보은의 화약공장과 위성시설이 반갑지 만은 아닌 것이 사실이 아닌가? 낙후된 우리지역은 적어도 나라가 경제 부국이 될 때 청정지역으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댓값으로 우직스럽게 버티며 살고 있는데 이러한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데 투자의 걸림돌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속에 한화공장이전 및 추방운동은 형식과 몇 명의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 질이 아니며 말그대로 온 군민의 자발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각 사회단체는 물론이려니와 특히 지역의 어른들인 노인회, 유도회 등의 적극 참여와 공직자들도 회피하지만 말고 공직자협의회, 또한 농협노동조합과 같은 직능단체도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 순수한 목적의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실예로 해방후 친일관료들을 척결하여 민족정기를 정립하고자 반민특위법을 제정하여 시행할시 그들의 절묘한 술책으로 무산되어 역사의 혼미성을 오랫동안 겪어 왔다.

우리는 지금 5공 시절 힘있는 여당의 국회의원 후보의 덕(?)으로 한화 공장을 유치할 때 마치 보은이 곧 천지개벽할 것 같이 각종 현수막과 환영대회등 표심을 얻기 위해 유치당위성으로 주민들을 현혹하였던 그들이 그 당시의 판단착오였다며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이제는 반대측 주류에 합류하여 변함없이 지역발전(?)을 위하여 열변하는 모습을 볼 때 과연 온 군민의 동참을 얻을 수 있을는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어쩌리 우리가 사는 이곳이 힘겨운 삶의 터전이지만 훗날의 삶이 불안치 않기 위하여는 결코 한화공장이 이곳을 떠나주길 강력히 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