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모지' 오명 씻을 수 없나
대도시보다 나은 공연장있어도 문화의 달에 기획행사 하나 없어
1995-10-14 보은신문
보통 문화는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이룩해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총칭하며 특히 학문·예술·종교·도덕 등 정신활동의 소산을 뜻한다. 즉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삶의 방식을 문화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넓게 정의할때는 논의의 폭이 무척 넓어지기에(예 : 생활문화, 여성문화, 영화문화, 농사문화, 건축문화) 여기서는 좀더 협의로 삶의 양식 중에서 특히 미를 창조하는 예술활동을 강조하는 문예라는 어휘를 사용한다.
그러나 문예는 어떠한 눈에 보이는 생산도 이뤄내지 않기에 흔히 소홀히 취급되곤 하지만, 삶의 질에 관심을 기울이게되는 3차산업시대에 생산성의 향상과 지역·상품등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간접적 영역을 담당한다. 또 한 지역의 이미지를 좌우함으로써 지역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들어 옥천의 지용문화상, 진도의 씻감굿, 광주의 비엔날레 등의 1회적 공연행사나 전통복원 기획으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형성한다. 또 지역의 다발적인 문화행사는 자부심과 애향심을 높이며 전입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떠나가는 보은에서 돌아오는 보은으로"를 외치지만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단지 의식주에 그칠때는 공염불의 구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보은의 문예수준은 어떠한가? 먼저 정기행사의 태부족과 낮은 수준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정기행사로는 개나리 합창단, 교사음악회, 영화상영 등등을 꼽을 수 있으나 다분히 자족적인 아마추어적공연이거나 선정기준 없는 주먹구구의 급조 행사에 그치고 있다. 특히 문화의 달인 10월을 맞아서 기획공연 혹은 기획전시 하나 없다는 것은 보은문예 발전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에대해 관계자들은 예산의 부족과 주민의 낮은 문화의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으나 그것은 다분히 자기 방어적인 평가라는 것이 중론이다. 먼저 보은의 문화관련 예산 1억원 가량은 인구에 비례해보았을 때 결코 적은 편은 아니며, 오히려 이미 예술회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등 보은의 문예부흥을 이룰수 있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근 대전의 경우 시에서 운영하는 시민회관은 시설의 낙후와 객석의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다시말해 인구 1백만의 대도시 보다 나은 공연장을 갖추고도 비어있는 날수가 많고 유료공연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단순히 홍보의 부족이나 주민의 관심 수준 부족이 아닌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기획력의 결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속리축전에서도 단순히 사회단체 등에 예산을 지원했을 뿐 축제의 주제를 세우고 그것을 전통으로 삼는 기획력의 부재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호소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러한점은 특히 옥천의 지용문화제가 그 기획의 우수성으로 중앙정부의 지원까지 받고 있음을 볼 때 두드러진다.
또 문화원의 시청각실 역시 음악·영화 등의 상영에 손색이 없고 현재 진행중이지만 운영시간이 오후 6시까지이므로 실제 보은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은 물론 주민들의 저녁시간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문화공간역시 담당부서가 소액의 예산으로도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의 설치를 기획조차 하지 못하는 창조성의 결여로 구태의연한 행사의 반복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읍내에만 10곳에 달하는 비디오대여점이 성업중인것은 역설적으로 보은주민의 건전한 여가와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나타낸다. 그렇기에 민선시대를 맞아 점차 전문화되어가는 행정에서 공보업무의 하위개념에서 벗어난 문화부서의 독립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할 때 장기적인 문예정책이 있을 수 있고 그에따른 전문기획이 가능해 보은의 문예부흥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력 갖춘 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