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김홍춘(보은 삼산)

1995-10-14     보은신문
흔히 우리의 민속신앙에서 가장 자기가 희구하는 것을 위하여 백일동안 기도를 한다든지 치성을 드리는 습관이 있어왔고 지금도 그 습관은 지속되어 오고 있다. 아마 백일이라는 시간은 어떤 완성형의 숫자를 타나내는 혹은 희구에 대한 시작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온통 나라를 설레게 했던 지난 6·27지방선거가 끝난지도 벌써 1백일 이상이 지나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의 두 눈은 앞만보기 위해서 있는 것만은 아니듯 앞과 뒤도 가끔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비자에 있는 말이다. 증자의 안내가 시장길을 나서려다 말고 울며 뒤쫓아 아들을 달래며 말했다. "어서 집에 들어가 있거라. 시장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맛있는 고기를 요리해줄 테니까..." 그녀가 시장에서 돌아와 막 사립문을 들어서는데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하고있지 않은가? 그녀는 깜짝 놀라외쳤다. "여보, 아이에게 한 이야기는 농담이었어요"

그러자 증자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그런 농담을 해선 안되오.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우려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그 아이는 곧장 거짓말 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겠소? 거짓말인줄 알면 에미인 당신도 믿으려들지 않을게요" 증자의 아내는 아이에게 약속한대로 돼지를 잡아 요리를 만들었다. 그리스 속담에도 '신에게 촛불을 약속하지 말고 어린아이에게 과자를 약속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약속이란 신중해야하며 또한 깨어지기 쉬운 그릇이기에 자신을 위해 약속을 되돌아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완장'이란 유모씨가 쓴 단편소설이 있다. 주인공인 남자는 어느 계기에 완장의 위력에 심취하게 된다. 팔뚝에 완장만 두르면 무슨 짓이든 할 수있는 권력의 맛을 동경한다. 그러던 차에 그는 한 땅 주인에고 고용되고 뒤이어 연못지기가 된다. 팔뚝에 완장을 두르고 연못에 함부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개패듯 두들겨 패고 미친듯 쫓아버리는 '권력행사자'가 되는 것이다.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고 심지어는 동네 할아버지가 심심풀이로 연못 근처에만 가도 행패를 부린다. 나중에는 땅 주인이 연못근처에서 천렵을 한대도 완장의 위력을 내세워 '나가라'고 주먹질을 한다. 남아메리카쪽에는 카멜레온이라는 도마뱀과에 속하는 동물이 산다. 이 카멜레온이라는 동물은 먹이를 잡을 때 긴혀로 잡으며 그의 몸은 빛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우리 인간도 시대와 환경에따라 변화를 필요로 하고 또 변해야 하지만 우리들의 머슴을 자처하며 선출된 사람들을 증자의 아내나 완장병 중독자나 먹이를 위해 몸색쌀을 수시로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이 되지 않도록 위로와 사랑을 주고 감사할 때 그들은 항상 우리의 다정다감한 이웃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각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