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1995-10-14     보은신문
흔히 90년대를 정보화 시대의 시작이라 한다. 하나의 정보를 얻기위해 방대한 자료더미를 뒤져야만했던 지난 시대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것은 통신망의 발달과 정보의 전산화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보은의 정보화시대를 앞당길 중추역을 담당해야할 통신과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군 내무과 통신전산계의 전산실을 찾은 9월말. 전산실의 문은 '인가자외 출입금지'라는 딱지가 위협스레 붙어있었다.

담당직원은 출입을 원하는 기자에게 인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인가를 어느 곳에서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00계로 가보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00계에도 어디에도 인가의 서식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통신이 전산처리의 실무에 보안의 필요가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안 조치가 설득력을 지니려면 군이 가진 정보의 보안과 공개를 가르는 기준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전산실을 민간정보망 운영체계에게 개방한 다른 군도 있음에야. 오는 12월부터 서울시는 개인용 컴퓨터의 통신망을 통해 호적 등·초본, 건축대장 등 10개 민원서류를 발급함은 물론 민원사항의 접수역시 가정에서 입력하고 그 결과를 열람, 확인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통신망을 통해 각종 통계·관련 법규 등 21개분야 1백87개행정 정보자료를 공개하여 열람 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행정분야의 정보서비스가 이루어져 가는 추세에서 군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나 통신망을 이용한 정보망의 구축 등 현안 사업을 추진하자는 기안조차 단 한번도 올려본적이 없는 통신전산계가 형식적 출입금지를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현재 주민등록 업무와 추진중인 지방세 발급업무를 제외하면 전산화가 이루어진것은 전혀 없지않은가.

다시말해 주민등록증과 집문서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빈집을 열심히 지키고 서있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올해 개막된 지방자치 시대는 각 지역의 경쟁시대 이기도 하다. 또한 정보화 시대 역시 이제 비로소 개막되었다. 이 출발점에서 미적거린다면 흔히 낙후지역이라 불리는 보은은 다가올 정보화 사회에서 역시 낙후지역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서 앞장서 독려해야할 군이 사업의 방향도 지표도 없는 것도, 또 실무부서 역시 창조적 제안 없이 하달된 업무의 처리에만 매달리며 구태의연한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바로 지금 미래를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