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여행기
김 홍 래(보은중학교 교장)
2003-09-06 보은신문
내가 어린 시절에 부르던 '금강산' 노랫말이다. 그 시절 그 노래를 부를 때만 해도 금강산은 절대 가볼 수 없는 아름다운 신비의 산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땅을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을 여행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했다. 장마철이지만 7월 4일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오전 11시에 속초여객 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11시 30분에 설봉호는 출항하여 16시 30분에 장전항에 도착하였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모든 것을 관리·통제하고 있는 출입국 관리소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현대 아산의 ‘호텔 해금강’에 여장을 풀고 탑승하여 온정각으로 향했다. 온정각으로 가는 길 왼 쪽에는 양지마을, 오른쪽에는 온정리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들은 현대아산의 도움을 받아 지붕을 기와로 개량하는 등 새로 단장했다고 한다. 집의 모습은 성냥 곽처럼 직사각형 형태였고, 한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각 가정에는 제한 송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을 통하여 북한 주민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관광객이 다니는 길 밖에는 철조망으로 격리되어 있어 주민이 접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해금강 주변의 들녘은 고성평야로 밭에는 옥수수를 주 작물로 하고, 감자, 콩, 고구마 등을 심었고 논에도 모를 심었으나 생육상태가 좋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 이틀째인 7월 5일 역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었다.
금강산은 노래 말과 같이 1만 2000봉을 헤아리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들과 바위들이 어우러진 계곡에는 수천 개의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이 모여서 폭포와 소를 이루어 굽이쳐 흐르고 태양은 작열하게 비추어 푸른빛이 더하여 비취색으로 변하며 떨어지고 있다. 기암괴석의 바위는 병풍처럼 둘러싸여 비단에 수를 놓은 듯 하고, 바위틈에 솟아난 멋들어진 소나무는 바위라는 화분에 정성 들여 가꾼 분재와 같이 굽이굽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은 초 1급수로 너무 신선하여 폭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내 몸과 마음이 빨려 들어감을 어찌하랴! 상팔담 해발 880m 에 위치하고 구슬처럼 아름다운 8개의 담소가 물 깊이가 14m인 구룡연에 있다고 하여 상팔담이라고 한다. 이곳은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얽힌 곳으로 8선녀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상팔담에서 내려다본 금강산의 모습은 간간이 오고가는 구름사이로 솟아오르는 여러 형태로 변하는 바위산을 보고 감탄을 연발하였다.
우리나라 3대 폭포 중의 하나인 구룡폭포는 높이가 150m로 온정각에서 8.6km,이며 이조시대 김정호 선생이 물깊이를 재었다고 한다 이곳 주위의 바위산은 가파른 암벽으로 되어 있다. 계곡물은 천화대 옥녀봉 상등봉 세존봉 방면으로 흘러내려 골짜기를 굽이치면서 연못과 폭포를 이룬다. 상팔담과 구룡연을 관광하고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 목란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갈증을 느낀 나는 종업원에게 먹을 물을 달라고 했더니 금강산생수 1병 값이 2달러라고 하였다. 나다.
여 종업원은 잠시 후 물 값을 받지 않고 금강산 생수 한 병을 내게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물을 마시면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고, 잔잔한 감동이 나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이날의 메뉴는 비빔밥과 냉면이었다. 밥과 반찬은 개별적으로 주어졌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음식을 약 두 숟가락 정도 남겼다. 북측의 여 종업원은 북한 사투리로 "그러면 실례가 되디요" 하면서 기다리고 서서 다 먹으라고 졸라댔다.
나는 우리나라도 음식을 남기지 못하게 한다면 음식쓰레기도 나오지 않고 환경파괴도 되지 않을텐데, ‘음식문화는 북한같이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7월 6일 북한 땅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은 해금강과 삼일포를 관광하는 날이다.
해금강은 온정리에서 약 16Km떨어진 남강하구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해금강의 풍경은 나에게 금강산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금강산이 나무, 바위, 폭포 등의 조화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라면, 해금강은 만물의 형상을 가진 기암괴석의 아름다운 경관이라 ‘해만물상’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13.7Km이며, 날씨가 맑을 때는 희미하게나마 통일전망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삼일포 구역은 온정리에서 약 12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본래 만이었던 곳이 모래가 쌓여서 만이 막혀서 생겨난 바다호수이다. 삼일포는 일찍이 ‘영랑’을 비롯한 신라 화랑 네 사람이 사흘 동안 머물다 갔다하여 삼일포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호수가운데에 4개의 섬이 있다.
4개의 섬은 호수 전체와 어우러져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수의 물은 유달리 맑고 푸르며 호숫가의 반짝이는 은빛 모래밭에서는 해당화가 피어있고, 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런 삼일포를 뒤로하고 온정각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한후 장전항에 도착하였다. 이제 금강산 관광의 일정이 모두 끝나는 셈이다. 장전항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통과해 배에 오르는 발걸음은 이 곳에 올 때보다는 가벼웠다.
작별의 아쉬움인가! 이슬비가 옷깃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다음에 금강산에 올 때는 배가 아닌 육로를 통해 오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멀어저 가는 북한 땅을 뒤로하고 선상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