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문화의 새로운 인식

강태재(청주 상공회의소)

1996-11-30     보은신문
보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 것이며 어떻게 가꿔 나아갈 것인가. 지난 11월5일 보은문화원에서 주최한 '보은문화의 새로운 인식과 발전방향'이란 세미나를 참관한 소회의 일단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선 '보은문화의 새로운 인식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가 너무나 광대한 것이어서 과연 어떤 얘기들이 나올 것인지 자뭇 궁금했었다. 제 주제 '보은의 문화유산과 그 개발방향'을 발표한 차용걸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또 문화재 전문위원답게 보은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하고 보은의 발전을 위해 어떤한 일을 해야 될 것인지를 제시했다.

그중 공격적 관광유치운동 제의는 좀 의외이지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아울러 농업, 특화작물 재배에 대한 관심도 지역실정을 감안한 것인데 특히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지게 한 분야는 보은의 역사성 그리고 이와 연관된 정신문화이다. 당일 세미나장에는 잠깐 언급했지만 필자가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깨지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들은 고향 보은에 관한 말이 '보은X이 아니면 청주감옥소가 텅텅 빈다더라'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어린 나이였기에 그 말의 출전을 따져 볼 수도 없는 터라 내내 마음속에 응어리진 채 앙금으로 남았었다. 물론 철이들고서야 그 말의 유래와 의미를 이해하고 자랑하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이 없지 않았었다. 이러한 차에 차 교수의 연구 논문을 대하면서 새삼 보은의 정신을 고양할 필요를 절감하게 되었었다. 우선 차 교수 논문의 관련 부분을 보자.

신라후기에서 조선초기에 이르는 시기의 보은지역의 문화활동의 주체는 속리산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으며 성리학이 확고한 문화의 저변으로 구축된 시기에 이르면 사림의 온상으로 변하게 되었다. 보은의 뿌리를 둔 사람은 충암(沖菴) 김정(金淨)으로부터 시작되어 이 고장과 관계된 향촌 씨족들의 활발한 학문활동과 의리정신에 입각한 대외항쟁의 의려정신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한 전통시기의 역사는 근대와 전통시기를 그어주는 시기의 동학농민 운동의 총 본보요 마지막 동학농민군의 격전을 치른 희생지가 이 고장에 남아있음으로써 현대와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보은의 무화, 문화유산은 크게 불교문화와 유교문화로 구별되며, 특히 충암 김정 선생이래 '활발한 학문활동과 의리정신에 입각한 대외항쟁의 의려정신'이 바로 보은의 정신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의려정신이야말로 보은을 보은답게 하는 덕목이다. 농경시대에서부터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이제 다가올 새로운 사회는 도덕사회 또는 문화사회일 것이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정신문화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보은의 나아갈 방향이 청정 관광 농업군이라는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지만 그 방향이 어떠한 것이든 보은은 보은의 본래의 정신을 되살려 나아갈 때만이 오랜 침체의 늪을 벗어나 밝고 희망찬 보은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보은의 발저너 전략은 보은 정신의 정립으로부터 시작해야 바른 순서라고 믿는다. 보은의 역사성과 정신문화를 온전히 세우고 이 정신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든 해나아가야 된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할 때 어떠한 일이든 못할 일도 아니도리 일도 없을 것이다. 문화의 새로운 인식과 발전방향은 본래의 보은정신을 되살리는데서 시작할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