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문화욕구 충족 못시킨다
1996-11-30 보은신문
보은지역이 문화의 불모지임에 민·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불모지의 불명예에 대한 책임은 주민을 비롯한 보은문화회관과 군이 공동분담치 않을 수 없다. 우선, 관의 책임을 들어보자. 지역의 문화부흥을 이루기 위해 장기적인 문화정책과 기획이 입안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은문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문화원에서는 전문적인 식견부족과 인력·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앞선 기획을 내놓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전통과 역사를 근간으로 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제안하는 이렇다 할 '보은의 문화'를 정립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를 진흥시킨다는 취지에 걸맞는 구체적 활동조차 벌이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장기적인 문화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먼저 문화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의 대부분 단발적고 관행적인 행사나 문화예술관련 동아리에 대한 지원에 그치고 있다.
보은군의 문화관련예산 1억원중 8-90%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성과도는 아주 미흡하다는 평가다. 보은문화원에서는 지역문화행사로서 학생백일장, 학생휘호대회, 사진전시회, 개나리합창단정기연주회, 공군군악초청연주회, 문학인의 밤, 문화학교 운영, 세시풍속놀이, 향토유적지 순례 등의 행사와 보은문화나 보은의 향기, 문장대 등의 문화예술 관련 책자 발간이 1년간의 주된사업을 이루고 있다.
일련의 사업들중 군민의 문화 예술 참여기회 확대 등의 성과를 거둔것도 있지만 문화관련 동아리에 대한 객관적인 역량파악이나 파급효과 등에 관해 면밀한 평가없이 관행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일례로 정기적인 연주회나 전시회 등 예산지원을 받고있는 동아리들이 그 역사는 오래됐지만 실질적으로 동호인 확대나 주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미흡했음에 누구나 공감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여건이 나아지면서 풍족한 삶의 질을 누리는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팽창한 문화에 대한 갈증이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주민수준에 걸맞는 문화이벤트가 기획되어져야 한다. 별반 달라진 것 없이 해마다 거듭되는 정기공연이나 대중성에만 치중한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일례로 보은에서만 3~4차례 공연한 공군군악대 연주의 경우 초창기에는 호응이 컸을지 모르지만 높은 주민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이미 식상하다는 여론이 많다. 그렇다고 대중성이나 주민관심도는 무시된체 전통문화예술성 행사는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주민들의 문화의식도 아직은 뒤따라오지 못하다는 평가도 묵과 할수는 없다. 일례로 얼마전 공연한 청주시립무용단 초청 순회공연은 처음으로 보은지역에 무용공연을 선보이는 좋은 기회였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때문에 위와 같은 점들을 충분히 고려한 문화이벤트 행사가 기획되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때 올해 보은군 문화공보실이 기획한 행사중 단풍가요제나 '바다로 나가는 목마' 연극, 뮤지컬 등은 위사항을 고려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관광객을 동참시키고 전국적인 행사로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추진된 단풍가요제이다. 이런차원에서 내년도에 군은 관광과 예술을 접목시켜 속리산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한 관광예술이벤트행사로 단풍가요제의 계속추진과 속리산단풍무용축제를 기획하고 있음은 실로 주목할만하다. 관광과 예술을 접목시킴으로서 문화욕구 충족은 물론 관광객 유치를 증대하고 속리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간접적인 원동력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하지만 이또한 군의 문화공보계의 관심있는 한 직원에 의해 한시적으로 추진되다 자리바꿈으로 단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내년도는 문화유산의 해이다. 이미 전제한 것처럼 보은지역이 문화관광지로 발돋움 할수있는 풍부한 문화유적과 훌륭한 공연장, 잘 보존된 자연경관을 안고있어 내년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문화불모지의 극복과 문화관광지로 발돋움 하기위해서는 보은문화원이 실질적인 문화주도체로 거듭나야 하고 군의 문화지표 또한 새로운 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살맛나는 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