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교육
최규인(보은여고 교사)
1996-11-23 보은신문
그 만큼 수능시험은 독창적인 것이었고 고등학교 수업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보다 전문적인 표현을 쓴다면 수능시험이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감이 교육계 전반에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4회째 실시된 지금의 교육풍토는 어떠한가? 한 마디로 말해서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학생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입시를 위한 공부에 시달리고 학부모들은 고액의 사교육비와 입시 뒤치닥거리에 살이 내린다.
3찬에 이르는 교육개혁안이 발표되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교육 전분야에서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수능점수 하나만으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평가해 버리는 반이성적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만연되어 있고 교육의 요람인 학교 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을 두바퀴 수레에 비유할 때 그 한바퀴를 지식교육 나머지 한 바퀴를 인성교육이라 부를 수 있다. 그 두 바퀴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전인교육이라 할 수 있으며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바로 이를 실현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현재의 우리 교육이 지식쪽으로만 치우쳐 있어 여러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에 한 적이 있었다.
2교시 시험이 끝난 후 화장실에 가보니 화장실 바닥이 온통 오줌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유는 수험생들이 담배꽁초를 변기에 버린 마머지 수세식 변기가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는 부끄러웠다.
"그래 이 젊은이들이 대학을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인가? 담배꽁초 하나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이런 인격을 가지고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누가 이렇게 천박한 모습으로 키워 놓았냐?"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화장실 바닥 보다 더 질척해진 마음으로 그곳을 빠져 나왔다. 물론 위의 경우는 필자만의 특수한 경험이고 또이 한가지 문제점이 현재의 우리 교육이 안고있는 부정적 모습을 다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국민 모두가 특히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비장한 각오로 우리들의 2세들에게 도덕적인 풍성을 길러주고 또 그것을 몸으로 실천하도록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껏 힘들여 이루어놓은 이 사회가 결코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여러 조짐들이 너무도 분명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