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오고 싶은 나라인가?
최규인(보은여고 교사)
1996-10-26 보은신문
물론 그 시절에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나라는 아마 십중팔구 미국이었을 터이고.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본격적인 경제발전을 위하여 노력한지 30년만에 우리들은 이제 선진국만이 회원이 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당당한 회원이 되었으며, 오직 돈만을 벌기 위해 생명의위협가는 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오히려 돈을 펑펑 쓰기위해 해외여행을 너무 자주 그리고 무분별하게 감행하는 사람들 때문에 걱정을 해야할 판이다. 한 세대에 걸친 피나는 노력으로 이만큼 풍족한 나라를 가꾸어 놓은 것에 대해 우리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나 이제 가까스로 1만불 소득시대에 접어든 우리들이 보여주는 모습들 중에는 심히 걱정되는 면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이제까지 크게는 국가의 정책에서부터 작게는 한 개인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을 총음식점이 가득 들어서고 신문의 사회면에서는 연일 불륜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정부와 합세하여 본 남편을 살해했다는 끔직한 사건들이 보고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제 부모를 살해하는 자식하며 입으로는 늘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도 뇌물챙기기에 바쁜 고위 공직자들, 자식들이 보살피지 않는 버림받은 노인들의 자살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일은 수없이 많다.
그래 이렇게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일로 얼룩져 있는 이 나라가 그렇게도 오고 싶어서 그 조선족 동포들은 차갑고 어두운 컨테이너속에 몸을 숨겼단 말인가? 그리고는 서로 부등켜 안은 채 속수무책으로 죽음의 공포에 몸서리치면서 이 나라의 흙을 한 번 밟아보지도 못하고 싸늘하게 죽어갔단 말인가? 같은 시대를 사는 동시 대인으로서 또한 같은 핏줄의 한 동포라는 점에서 우리들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깊이 애도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들이 그렇게도 오고 싶어했던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민망해하며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나라를 풍족하면서도 정의로운 국가로 만들기위해 다시 한번 우리의 자세를 바로 잡고자 노력할 때 구천을 헤매는 그들의 영혼은 위로 받을 것이며 우리들 또한 도덕적으로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