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의 감동!
송재철과장대리(농협 보은군지부 지도계)
2003-08-02 보은신문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비가 내린단 말인가?... 오늘은 이미 며칠 전부터 고향주부모임회원들과 옥수수 수확작업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 아닌가?’7월 25일은 농협고향주부모임 보은군연합회에서 공동소득사업의 일환으로 봄부터 시작한 옥수수 농사의 수확작업과 판매작업을 하기로 되어 있는 날이었다.
오늘을 넘기면 옥수수는 딱딱해지고, 도저히 판매를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폭우는 날이 밝아질 때까지 계속되었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아침 6시부터 고향주부모임 임원들과 통화를 시작했다. 지금 상태라면 밭이 있는 내속리면 만수리 계곡물이 불어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알기에 다들 걱정이 태산같았다.
하지만 고향주부모임 박광숙 회장님과 한윤숙 총무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작업은 강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감동이었다.
나 역시 오늘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두 분의 책임감에 감동을 느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함도 아니고, 오로지 봉사하는 것임에도 불같은 열정으로 폭우속에서도 작업을 전개하겠다는 두 분의 말씀에 힘이 솟았다.
고향주부모임 각 읍·면 회장들도 폭우만 진정되면 작업을 하자고 강한 의욕을 보여 주었다. 마치 군사작전을 수행하듯 각 읍·면 회장들과 전화 통화 끝에 내린 결론은 ‘8시 30분까지 군농협 앞마당에 집결하여 작업 시작 시간을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아침 8시30분, 다른 지역은 계속해서 폭우가 쏟아졌으나 다행히 보은읍에 세차게 내리던 폭우는 기세가 한풀 꺾여 소강상태를 보였다. 나는 먼저 회장님과 총무님을 모시고 작업장인 내속리면 만수리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하늘이 우리의 간절한 바람에 감동한 때문일까? 그토록 세차게 내리던 폭우가 어느 순간에 거짓말처럼 그치고 말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드디어 만수리 계곡에 도착했다. 각 읍·면 회장들과 각 지역농협 여성복지담당자도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옥수수 밭에는 어느새 물이 고여 발목까지 진흙탕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몸을 사리지 않고, 옥수수 수확작업에 임했고, 어느새 한 팀은 옥수수를 따고, 다른 한 팀은 옥수수를 까고, 또 다른 한 팀은 옥수수를 씻고 찌는 작업을 했다. 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팀이란 생각에 너털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이것이 진정한 협동정신이자 희생정신이 아닐까? ’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옥수수 수확작업은 12시쯤 끝이 났다. 그런데 진짜 일은 그때부터였다. 그 많은 옥수수를 쪄내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스불 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자꾸만 작업 시간이 지체되어 이제 머릿속에는 ‘어떻게 짧은 시간에 저 옥수수들을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또다시 심난해져 마음이 급해졌다.
그 순간 보은농협 유승학지도과장님께서 트럭을 몰고 지원을 나오셨다. ‘천군만마’ 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유과장님은 못다찐 옥수수를 트럭에 싣고 보은농협 공판장으로 가서 큰 가마솥에 그 많은 옥수수를 쪄 주셨다. 그 덕에 우리는 오후 3시부터 옥수수 판매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첫 판매지는 보은군청이었다. 군수님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옥수수 값에 몇 배를 주셨고, 각 실과에서도 거의 모든 공직자 분들이 우리사업의 뜻을 이해하시고, 기꺼이 옥수수를 사 주셨다. 가슴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군청에서 판매 목표량을 100% 달성하고, 보은농협 공판장에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세팀으로 나눠 각 지역농협을 돌며 판매사업을 전개하였다. 역시 농협이었다!
가는 곳(지역농협)마다 아낌없이 배추잎(?) 몇 장씩을 선뜻 내놓으시는 조합장님을 비롯한 지역농협 직원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고향주부모임 회장님들 모두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것이 농협 가족들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따뜻한 정이자 사랑이 아닐까?’
가슴이 따뜻한 많은 분들의 아낌없는 협조와 도움으로 그 날의 판매사업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우리는 당초의 우려를 깨고, 작지만 약간의 이익을 내서 소중한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3년 7월 25일, 그날의 가슴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두가 한가지를 소원했고, 모두가 한마음이었으며, 모두가 함께 감동한 그 날의 소중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또한 아낌없이 베풀어주신 가슴이 따뜻한 그 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낸 그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이번 공동소득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박종기 군수님을 비롯한 보은군 공직자 분들과 각 지역농협 조합장님을 비롯한 지역농협 동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