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경석에게
이순종(보은 삼산)
2003-08-02 보은신문
국화꽃 향기가 그윽한 9월 딸이 셋인 우리 가정에 커다란 잔치가 벌어졌었지. 엄마 아빠의 소중한 막내이면서 유일하게 든든한 아들로 경석이가 태어났기 때문이야.
딸을 셋 낳은 다음으로 낳는 아기라 마음 속으로 엄마는 경석이가 아들로 태어나기를 바랬단다. 소원대로 엄마가 병원에서 경석이를 낳았을 때 간호사 언니가 ‘아들이에요’ 하는 소리에 엄마는 너무 감격해서 그만 눈물을 흘렸단다. 물론 딸로 태어난 누나들이 미워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남아선호사상이 아직 우리 사회에 뿌리박고 있기는 하지만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를 잇고 우리 가정의 버팀목이 될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엄마 아빠의 바람 때문이었지. 아빠는 경석이를 보고는 ‘아 그놈 잘생겼네! 꼭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하시면서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연일 싱글벙글 하셨지.
경석이가 자라면서 사내답게 재롱도 피우고 짓궂기도 하였지만 착하게 자라 주어서 이 엄마는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단다. 그리고 우리 집안의 기둥이라고 할머니로부터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할 때마다 누나들은 아들인 경석이만 예뻐한다고 가끔씩 불평을 하곤 했단다.
맛있는 음식도 경석이만 준다고 누나들은 투덜거릴 때가 있곤 했었지. 그리고 엄마, 아빠가 사업을 하느라 아침 일찍 집을 나가고 저녁 늦게 돌아와 늘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할머니를 엄마보다 더 좋아하기도 했지.
이렇게 자란 경석이가 그래도 잔병하나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이 엄마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 고사리 같은 너의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문을 들어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되었구나!
처음에는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하였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잘 사귀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니 엄마는 늘 마음이 편안하구나. 그리고 공부하느라 힘들지만 꿋꿋하게 참고 견디어내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보면 엄마는 무척이나 경석이가 자랑스럽게 여겨진단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누나들과 가끔 싸워서 엄마가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중학생이 되어 어느덧 몸도 마음도 정말 성큼 자라고, 의젓해지고 양보심도 많이 생긴 경석이를 볼 때마다 이 엄마는 삶의 고달픔을 잊은 채 위로를 받곤 한다.
엄마가 너에게 바램이 있다면 첫째는 우리 경석이가 육식을 좋아하는 식습관 때문에 몸이 좀 뚱뚱한 편인데 이제부터는 음식을 골고루 잘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여 균형 잡힌 건강관리를 해주었으면 한다.
둘째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아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항상 나보다 못한 친구들을 도와주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가슴 넓은 경석이로 말이야.
셋째는 누나들과도 우애 좋게 지내며 학업에도 더욱 정진하고 맑고 티 없는 경석이가 되길 바란단다.
경석아! 엄마는 진심으로 널 사랑한다.
2003년 6월 12일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