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철우를 도와주세요

아버지는 저 세상에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1996-08-31     송진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모임이 있다고 한다. 엄부 자모가 아닌 자부 엄모로 변하고 있다고 떠든다. 그러나 회남면 사음리(마른골)에 사는 김미란(11, 회남 초교 4년)과 철우(8, 회남 초교 1년)에게는 그런 부모가 없다.

미란이와 철우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험난한 세상을 책임져야 할 처지가 되었다. 미란이 아버지는 가난한 형편과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지난해 9월 먼저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미란이 어머니는 올해 봄에 대전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고있다.

미란이와 철우는 어느새 고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겨우 11살인 미란이는 또래의 다른 친구들이 부모에게 응석만 부리고 있을 때에 아침 일찍 일어나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일어나기 싫지만 어쩔 수가 없다.

늦잠 자는 철우를 깨워 학교에 가지고 갈 준비물을 챙기게 하는가 하면 숙제도 도와줘야 한다. 그나마 지금은 여름이라 생활하기가 좋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아빠가 쏟았던 정도 실컷 뛰어 놀다 보면 금새 잊는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미란이와 철우는 아빠 없는 하늘 아래서 엄마 없는 울 안에서 쓸쓸한 정을 삭혀야 한다.

아직 어리지만 미란이와 철우는 그것을 잘 안다. 마을 주민들도 엄마가 보고 싶을텐데 아이들이 내색을 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며 대견해 한다. 이웃을 친척 할머니가 있고 대전에서 사는 고모와 삼촌이 가끔 찾아와 미란이와 철우를 돌봐주고는 있다.

그렇지만 이들 남매는 365일 중 대부분의 시간을 단 둘이서 외롭게 보내고 있다. 다행히 얼마전 군에서 보일러와 주방시설도 설치해줘 미란이는 찬 겨울 바람을 덜 느끼게 될 것 같다. 미란이와 철우에게 다시 살이있는 웃음을 주는 것은 바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