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선생 사적지 손실위기

보존 대책 전무… 문호재 지정 절실

1996-08-24     보은신문
조선시대 과학자인 불곡(佛谷) 이천(1376~1451)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외속리면 오창리에 건립한 유서각 추원각과 구인리의 재실 등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어 건물 유형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이천선생의 과학·탐구 정신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속리면 구인리와 오창리에 있는 이들 비지정 문화재는 조선 세종때 과학자로 세계최초의 청동활자인 경자자와 금속활자의 백미로 꼽히는 갑인자를 창제했고 병선과 화포 등 전술무기를 개량하는 등 우리 전통과학 발전에 헌신한 이천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건립한 것이다.

이천선생은 보은이 고향은 아니지만 후손인 이항이 1515년 을묘사화의 화를 피해 보은으로 낙향하면서 구인리에 예안이씨 집성촌이 형성되었고 그 뒤 약 1백여년전에 후손들이 선생의 업적과 행적을 기리기 위해 유석각과 추원각을 건립해 문중에서 제향을 지내고 있다.

유서각과 추원각은 이천선생의 업적과 행적을 기리는 실기비와 세종대왕으로부터 받은 유서를 판각해 보호각을 세운 것으로 목조 한옥 건물이다. 그러나 이곳은 철대문으로 굳게 닫혀있어 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구인리에 위치한 재실의 지붕기와는 희귀성인 큰 막새무늬로 보존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재실의 경우 예안 이씨 종종에서 기금을 마련 개축을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중한 문화재가 아무런 고증도 없이 손실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3년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이달의 인물로도 선정되었던 이천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이들 문화재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보존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뜻있는 사람들은 '선생의 정신이 담긴 사적지를 방치하는 것은 후손에게 조국의 역사를 가르쳐야 되는 이유를 잃는 것이다'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한편 군은 지난 93년 문화재 지정에 대한 여론이 일자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고 지방유형문화재 지정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가지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