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용(탄부 벽지)

나의 애마

2003-07-19     보은신문
13년이 넘도록 별말썽없이 잘도 달려주던 나의 愛馬가 이젠 늙어 기력이 쇠한탓인지, 요즘와서 조금씩 말썽을 부린다. 냉각기관의 이상인지 서행시 엔진에 열을 받고, 어린애 투정부리듯 잘 가다가도 갑자기 우뚝 멈춰서기도 한다.

교통체중이 심한 도심에서의 자동차 고장은 운전자를 심히 당혹스럽게 한다. 주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그만 차좀 바꾸라고 성화가 대단하지만, 그런 소리도 오래 듣다보니 이젠 만성이 되어 버렸다. 흔히들 새차 사서 3∼4년, 길어야 5∼6년이면 새차로 바꾸는게 현 추세다.

이유는 그 기간이 지나면 슬슬 고장나기 시작하고 수리하자면 돈들어가니, 아예 새차 사는게 더 경제적이란 논리다. 헌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자동차는 값싼 소모품이 아니다. 우리 서민들에겐 큰 재산목록중 일부를 차지할만큼 큰 재산이다. 관리 잘해서 곱게만 타면, 10년이 아니라 20년 그 이상도 별 무리없이 탈수가 있다. 그건 내 경험상으로도 맞는 말이다.

13년간 타면서 소모품 몇가지 갈아준 것외에, 자동차 고장나서 애를 먹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3∼4년이면 고장난다는 사람들을 곰곰 생각해 볼일이다. 분명 자동차 사용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잘산다는 나라들을 보자. 거리를 누비는 차들은 한결같이 낡고, 허름한 경차내지는 소형차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 크다. 잘사는 나라나 잘사는 사람들을 보면, 거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근명하고 검소한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내가 내 헌차를 애지중지하는 이유는 꼭 경제적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난 처음부터 내 자동차와의 관계를 단순한 인간대 기계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친구같은) 대우해 왔다. 그러다보니, 오랜세월 함께하면서 정이 들대로 들어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수십년 조강지처가 미덥고 편하듯, 난 내 헌차가 그렇게도 편할 수가 없다. 난 차에 오르면 습관처럼 기도하듯 하는 말이 있다. “오늘도 안전운전 잘 부탁한다”그런 때문인지 아직까지 이렇다할 사고없이 나를 잘 지켜준다.

그러니 난 늘 내 자동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인을 부리는 주인이 하인을 가혹하게 대하면, 하인은 반감을 품고 주인에게 해를 줄 수가 있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운전할땐 늘 겸손하고 바르게 운전해야만 사고를 예방할 수가 있다. 자동차를 함부로 다루거나, 조심운전을 하지않으면 자동차가 그 주인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의 이 생각은 거의 확신에 가깝다. 운전자들의 의식수준이 곧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라했다. 좀 막힌다 싶으면 서로 먼저 가려고 자동차 머리부터 드리밀고 본다. 그러니 얽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