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산성에 올라
최규인(삼년산향토사연구회장)
2003-07-12 보은신문
1500년의 세월을 이겨 낸 성벽이 말없이 의연하게 서있는 가운데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발굴 작업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저 민초들의 땀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삼년산성은 1500년 전인 신라 자비왕 시대에 축조되어 그 후 신라가 3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것의 역사적 가치는 KBS 제 1TV의 역사 스페셜을 통하여 전국에 방영될 정도로 귀중한 것이다.
지금도 축조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성벽 앞에 서면 그때 성을 쌓던 신라인들의 염원과 정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 숙연함을 금할 수 없다. 아울러 이 성을 지키거나 빼앗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으며 그 들의 피는 과연 역사의 흐름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채 백년도 못 사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보은군의 문헌상 최초의 명칭은 바로 삼년산군이다. 물론 보은군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유물들이 이 곳에서 역사가 기록되기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아 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던 이 땅.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람들이 살아갈 이 땅, 은혜를 갚는다는 너무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이 땅이 유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12만에 육박하던 인구가 이제 4만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하기야 농촌 인구의 격감은 전국적인 아니 세계적인 추세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의 이러한 안이한 체념에 결코 면죄부를 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한 사회나 국가가 그 것에 가해지는 내적 외적인 도전에 대하여 어떻게 응전 했는가에 따라서 번영과 패망의 길을 밟아 왔다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위기는 거꾸로 생각하면 기회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제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각별한 대처 방안이 강구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처방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위기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자기 주변을 둘러보고 스스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비효율적이며 정의롭지 못한 것은 물리치고 낭비적이고 퇴폐적인 것은 경계해야 한다. 투명하지 못한 곳은 투명하게 하고 독선이 있는 곳엔 대화와 합의가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서 현재의 우리들은 우리 앞에 닥쳐온 도전에 대하여 슬기롭게 응전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삼년산성에서 바라보는 보은의 정경이 평화롭고 다정스럽다.
이제 그 모습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을 함에 있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니 이제껏 보은을 지켜온 우리들 모두 다시 한번 새롭게 떨치고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