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부터 변화
박희경(생활지도사)
2003-06-28 보은신문
서로 다른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팀의 구성원들이 서로 자기소개로 인사를 나누고, 한팀이 되어 팀장도 뽑고, 정해진 시간 내에 신속하게 팀 이름과 팀 구호를 만들고, 다른 팀이 지켜보는 가운데 팀 구호를 힘차게 외치는 가운데, 처음 자리에 앉으며 서먹했던 분위기는 금새 사라지고, 차츰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지는 공동체의식과 동료의식이 생겨남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팀별로 지정된 시간 내에 주어진 과제를 토의하고, 결론을 이끌어내고 자료화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주어진 과제들이 완벽하진 않지만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하나하나 해결되는 것을 보았다.
'좌우간 해보자' 라는 말의 의미……. 직장이나 사회생활, 가정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많은 역경들도 미리부터 좌절하고 포기하게 되면 결국 미리 암시했던 대로 피하게 되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일로 남게 될 것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접근해가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의 접근도 수용하다 보면 분명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결국 역경을 헤쳐나가 승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조정경기’와 ‘급류 타기’의 비유처럼, 평탄한 수면 위를 달리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예측불허의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급류’를 타야한다. 급류 타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급류 타기에 도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 예측 불허의 급류를 타면서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쉴새없이 주변을 살피고, 때에 따라서는 즉각적인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급류 타기를 즐기면서 결국은 무사히 이를 해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 21C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가기반산업인 농업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고, 크게는 국민을 위해 작게는 군민, 더 작게는 농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농업기술센터 역시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성공적인 급류 타기’ 를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농촌지도사업 역시 "급류 타기" 의 이론을 적용시켜,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구성원들이 각자의 주어진 위치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와 단결된 마음으로 매진해 간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지언정 목표로 하는 종점엔 반드시 안착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의 교육장답게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교육장에서 다양한 시청각기자재를 활용한 교육과, 어느 정도의 편안한 분위기와 약간의 긴장감을 적절히 조화시켜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는 교육은 매우 부럽고 인상적이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농업인을 대상으로 많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을 위한 기자재는 매우 빈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의 교육이라도 강의만 하는 것과 교육생을 참여시키는 것, 기자재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적정한 시청각 기자재를 다양하고 적절하게 활용하여 실시하는 교육은 교육생들의 집중도나 교육성과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머지 않아 농업기술센터에서도 현대인력 개발원 못지 않은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활용하여 현란스러울 정도로 멋진 교육을 펼치게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번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나와 가정의 소명서를 만들어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만들 엄두도 내지를 못하고 있다.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에 투자하면서 살라고 했는데, 내 삶의 나침반을 가시화하고, 가정이 추구해 가야할 지표를 만드는 ‘중요한 것’ 은 아직도 ‘급한 것’에 떠밀려 있는 실정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꼭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공직자 특별교육을 다녀온 지도 벌써 20일이 지났다. 교육받을 당시의 받았던 느낌과 새롭게 가졌던 각오들이 가슴 한켠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생활의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것을 아마 나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고 온 많은 분들이 느끼는 점일 것이다. 교육 중 어떤 분은 "지금까지 여러번 교육을 받아봤지만, 이번처럼 열심히 받은 적은 처음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또, 남편이 교육에 다녀오셨는데 평소 같으면 언성을 높였을 일이 있었는데도 대화로써 원만히 해결했다는 분도 있었다. 내가 속했던 "창조팀"의 팀원들도 가끔씩 전자우편으로 서로 안부를 전하며 그때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인지상정이라고 아마도 교육을 함께 했던 많은 팀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은 아마도 교육 후 나타나는 작은 변화의 모습들일 것이다. 이외에도 여기저기서 작은 변화는 계속이어질 것이다. 나도 그 작은 변화의 한 주인공으로, 앤드 듀플레인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가길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