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속리축전을 보고 지방문화의 고찰

박대종(보은 장신)

2003-06-21     보은신문
문화를 사전에서는 ‘자연을 이용하여 인류의 이상을 실현시켜 나아가기 위하여 정신적 물질적 활동을 통해 이룩해 놓은 성과’라고 말한다. 특히 지방문화는 그 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생활 습관이 같고 지역 환경에 조화를 이뤄 누구의 지휘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습으로 때가 되면 행하게되는 놀이나 행사로 이어지게 되어온 것들을 그 지역의 전통민속놀이 또는 전통문화라 한다.

따라서 민속문화라고 하는 것은 그 지역만이 갖는 독특성이 있어 그 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그 지역만의 것이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전통 민속문화를 살펴보면 삼한시대로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조시대와 민족문화의 말살시기인 일제의 강압시대에도 몰래 숨어서 행하여 왔던 민속놀이까지 216가지에 이른다고 하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없어진 것이 많고 어느덧 잊혀진 것이 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우리의 얼이 담겨있는 전통을 가볍게 취급하여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면 바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민속놀이는 그 목적이나 내용에 따라 놀이자체가 목적인 놀이와 풍농을 기원하는 놀이, 내기놀이, 겨루기 놀이, 풍어를 기원하는 놀이, 개인의 복락이나 마을의 태평을 기원하는 놀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어떻든 민속놀이는 논다고만 생각하기 보다는 놀이 자체가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볼 때 민속놀이는 생활의 일부인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풍농을 기원하는 놀이에는 그해의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기풍의례(祈豊儀禮 )와 씨앗을 뿌린 후 잘자라기를 바라는 성장의례(成長儀禮)가 있으며, 또 농사일이 다 마치고난 가을이면 풍년에 감사하는 수확의례(收穫儀禮)등이 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어촌에는 풍어(豊漁)와 무사고(無事故)를 기원하는 제의적(祭儀的 )성격의 민속의례를 펼친다. 대체로 보아 우리 나라의 놀이문화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정월대보름을 중심으로 풍년기원제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가 있으며 어촌의 풍어제 등 지방마다 그 지방의 자연과 가치관의 기준이 차이가 있어 놀이의 방법이 각기 다르게 시작이 된다.

어쨌든 그 고장의 특유한 자연과 인문 환경 의 영향에 따라 고장마다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향토색을 띠고 발전한다. 그래서 그 지역사람들은 함께 즐기고 보편적인 예술적 감각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친숙한 마음으로 어우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지역만이 갖는 그 지역의 특화 된 민속놀이다. 그러나 선조 들이 가지고 있었던 그 지역의 민속문화라 하더라도 오랜 세월 묵혀 두었던 것을 익숙하게 재현하기까지는 하루아침에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심과 정열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지 않고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 보은군은 1976년 10월 제1회 속리축전을 시작으로 금년으로 제26회를 맞이하였다. 제1회로부터 제3회까지는 속리산에서 개최했고, 그 다음부터 예산과 주민의 편의 등을 내세워 보은과 속리산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개최되어 얼굴이 없는 행사라는 지적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 고장의 문화축제인 속리축전은 순수 지역문화축제로 가야한다는 지배적인 여론에 따라 속리축전 개선위원회를 결성하여 수차의 토론과 회의를 개최하였고, 우리고장의 독특성을 살린 순수 문화축제로 가는 길만이 관광농업군으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고 지역경제와 연계된 짜임새 있는 축제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은 전통을 살린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되었을 때라야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따라 1400여년의 고찰 법주사를 중심으로 한 국보급문화재와 그 문화재와 연결된 민속놀이 등을 발굴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학계 전문교수들을 초청해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고증을 받아 ‘팔상전탑돌이’ ‘법주사 송이놀이’ 잣고개(백현)와 흰돌마을(백석)의 ‘흰돌 물다리기’를 우리고장의 전통적 민속놀이로 정립한 바 있으며, 정립된 민속놀이를 문화축제행사인 속리축전에서 보다 성숙한 민속놀이로 재현하고자 노력하여 왔지만 아직도 미흡한 정도에 있어 계속 갈고 다듬어야할 사안이다.

이번 2003 보은 큰사랑 잔치 행사에서 계획된 프로그램이 잘 진행이 되었고 군민들에게 볼거리와 놀 거리 즐길거리 등이 풍성하게 제공되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보은을 상징하는 내용의 문화행사는 ‘오장환문학제’외는 모두가 다른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이벤트성인 점은 참으로 아쉬움을 남게 하였다.

제26회를 맞는 ‘속리축전’은 노산 이은상님의 감수를 받았고 전술한 우리지역의 민속놀이는 매회 번갈아가면서 재현해왔던 전통문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재현되여 우리 고장만이 갖는 특화된 전통민속놀이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인근인 옥천에서는 ‘지용제’를 단일 문학제로 개발하였고 괴산군은 소설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문학제를 ‘임꺽정 청결 고추 문화축제’를 괴산 청결고추 홍보와 농업경제를 연결한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지난 6월14일 ‘제1회 임꺽정 청결고추기 전국궁
도대회’가 시작되었다.

진천군에서는 세계태권도공원 유치를 위하여 우리의 전통무예인 국궁도장 ‘화랑정’을 김유신 생가 터에 건립하고 2002년부터 ‘흥무대왕기 차지 전국궁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렇듯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자치단체마다 문화적인 소재만 있으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적 특색을 표출시키는데 머리를 짜내고 있으며, 지역경제와 관광객 유치를위한 문화행사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을 우리는 본다.

지방마다의 민속놀이는 바로 그 지역의 민속문화요 그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며 지역 주민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보전하고 가꾸어 가야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며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역적 과제는 모두가 함께 연구하여야할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분야별로 소관에 따라 소임을 맡아야 할 일이다. 문화소관을 맡은 문화원은 문화만 알차게 가꾸고 보전하고 꾸며 가야하고 경제나 관광객 유치는 지방자치단체인 행정기관에서 각기 소관 부서마다 연구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문화를 맡은 부서에서 경제문제나 관광객유치 문제까지 생각하다 보면 문화행사를 그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화행사가 성공적이었다” 고 평하는 것은 행사 자체만을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사로 연결된 경제성과 주민참여, 문화적 가치 그리고 이벤트의 조화와 함께 관객의 동원 등을 총체적으로 보고 판단한다.

그 행사를 활용하여 경제 소관 부서에서는 경제적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관광 소관 부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 을 개발하여야 한다.

문화와 경제와 관광을 한 묶음으로 보고 “경제성이 없네” “관광객유치에 실패한 행사다”라고 단편적 평가를 한다는 것은 문화와 경제 그리고 관광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치 않은 포괄적인 시각으로만 본 단순한 생각의 결과이다.

우리는 해마다 변함없이 반복 재현되고있는 남원의 춘향제나 강릉의 단오제, 청도의 소싸움을 성공한 문화행사로 보고 있다. 이곳들의 현지정보를 확인한 결과를 보면 과단성 있는 투자와 함께 행정관서인 시청이나 군청의 소관 업무 부서에서 경제소득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긴밀한 기획으로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간접시설의 확충과 홍보, 친절과 서비스 등 업무 추진이 행사와 맞물리게 조화를 이룬 결과라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