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의 표상

사명숙(세중초등학교 교사)

2003-06-01     보은신문
물질 만능주의의 팽배로 지금 우리 사회는 갖가지 병리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청주 시내의 모학교에서 체육수업 중 철봉에서 떨어져 왼팔 골절상을 입은 학생 가정을 방문한 담임 선생님이 문병을 마치고 귀가를 하기위해 승용차에 열쇠를 꽂는 순간이었단다.

"아빠 선생님 차는 엑셀이네. 그럼 그랜저 타는 아빠가 훨씬 더 높은 거지?"
"누가 그런 소릴 해 작은 차라도 편리하면 그만이지"
"아빠와 엄마가 그랬잖아" 그랜저는 돈많고 높은 사람만 타는 차라고"

학생의 부모와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가 대문까지 나와 전송을 하며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입맛이 씁쓸했다는 박선생님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치원 어린이들 마저 저희집 차종을 겨루고 고급 승용차라고 우쭐대며 그것으로 아빠의 능력을 결정짓는 세태가 우리들 눈앞에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어린이의 행동에 모순이 생기면 학교교육에 초점을 돌려 공박을 가해온다.

사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어린이의 입에서 오염된 언사가 나오기까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모의 일거수 일투족이 자식들에게 내면 깊숙히 투시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서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은 학교에 와서도 주어진 사태에 대한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타 어린이의 귀감이 됨을 실감할 수가 있다.

반대로 부모의 언행이 불손한 가정의 어린이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동료들과도 잦은 마찰을 빚어내곤 한다. 학교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이다. 근검절약이다해서 귀가 아프도록 근검절제를 몸에 익히도록 하고 이해시킨다. 그러나 이와같은 교육적성과가 어린이들이 겪는 여러가지 사회현상과는 어떤 형태로 뭉쳐져 결정체를 이룰 것인가가 사뭇 궁금해진다.


<생각하며 삽시다>